“난립하다간 공멸…머리 맞대고 개념정립부터”

주도권 다툼은 교회 저작권 공론화 기회마저 빼앗아
긴 호흡으로 인식개선 위한 연합활동부터 시작해야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단일화 열풍이 불고 있다. 야권후보들이 단일화에 조건부 합의하면서 대선정국이 출렁이는 상황이다. 이제는 단일화가 대선의 성패를 좌우하는 키워드가 되고야 말았다.

늦가을 냉기를 잠재운 단일화 바람은 대선후보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단일화가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 된 곳이 또 있다. 바로 교회 저작권 단체들이다.

교회 저작권 단체의 관계자들은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하나같이 단체 간의 연합을 일궈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1회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재 교회 내 저작권 관련 단체 수는 무려 20개를 넘은 상태다. 저작권자들은 저작권을 보호받음과 동시에 ‘정당한 대가’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과 같이 난립한 상태라면 대가는커녕 교회 내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도 뿌리내리지 못한다는 것을 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단체들이 앞장서서 쟁점 협의와 더불어 관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교회 저작권 단체들 간의 연합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 교계문화기자모임 CC+가 개최한 ‘교회 저작권 토론회’에서 한국교회저작권협회 김인선 기획이사(왼쪽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 기획이사와 함께 CCLI 코리아 함승모 대표, 한국기독음악저작권협회 임장우 사무국장, 한국크리스천음악저작자협회 안성진 총무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 11월 1일 교계문화기자모임 CC+는 ‘교회 저작권 토론회’를 열어 저작권 단체들 간의 협의 과정을 살펴보고, 연합 가능성을 타진해봤다. 이날 모인 4개 단체(CCLI 코리아, 한국교회저작권협회, 한국기독음악저작권협회, 한국크리스천음악저작자협회) 실무자들은 필히 연합을 이뤄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저마다 속사정이 달랐다.

특히 교회와 저작권자 사이에 중재단체라고 할 수 있는 CCLI 코리아와 한국교회저작권협회, 두 단체의 반목이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한국교회저작권협회는 CCLI 코리아를 흡수하기 바랐지만, CCLI 코리아의 반대의사는 완강했다. 이후 소속 단체의 우월성을 앞 다투어 강조하는 바람에 토론회는 기득권 쟁탈을 위한 전쟁터가 되고야 말았다. 이날 현장의 그림만 보면 연합으로 가는 길은 한참이나 멀어 보였다.

그러나 성토의 장이 됐던 그날의 토론회 이후 저작권 단체들의 변화의 움직임 포착되고 있다. 먼저 본사 규정과 전 세계 지사 간의 형평성을 강조했던 CCLI 코리아가 한국적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타 단체 실무자와 교계 기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또 토론회 당시 열변을 토했던 한국교회저작권협회 관계자들도 누그러진 모양새다. 이외의 관계자들도 뜨거운 감자였던 ‘단체 연합’이 공론화가 된 이상 문제 해결의 시발점을 찾아야 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결국 위기위식이 연합 가능성을 더욱 열어젖혀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단체 간의 연합 방법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저작권 영역을 한정해야 한다는 선결과제를 안고 있다. 예배 시 사용하는 음악저작물(악보·가사 투사행위, 인터넷 전송)은 저작권단체가, 2차적저작물(성가집 제작)은 기존의 관리했던 악보사가 분리해 관할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를 관리 항목에 포함해 놓은 중재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같은 맥락으로 권리자, 관리자, 이용자 나눠 역할별로 3개구도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저작권 단체를 대표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야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는 편이다.

결국 1개건 2개건 3개건, 저작권 단체들이 연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다. 산발적으로 난립해 있다가는 5년 아니 10년이 지나도 한국 교회의 풍토를 바꾸는 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5만여 한국 교회와 대면할 수 있는 저작권 단체들의 연합체 출현이 급선무다.

연합으로 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겠지만 방법은 지극히 단순하다. A단체 관계자는 “교회 내 사용되는 음악 저작물의 개념 정립을 먼저 하고, 한국 교회의 인식 수준이 낮은 만큼 긴 호흡으로 가야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각 단체마다 기득권을 취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교회 내 저작권 안착을 위해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례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한국 교회를 섬기고 있는 오늘의 찬양사역자들만큼만 하면 된다. 바로 저작권 단체들과 계약돼 있는 저작권자들 말이다.

   

정작 교회는 저작권 모른다

법적 심각성 불구 무지…교단차원 대책 시급


“빔프로젝트로 투사하는 것이 법에 저촉된다고요. 그러면 CCM이나 복음송은 전혀 찬양하지 말라는 말인가요”
서울 신촌 지역에서 성도 수 100명이 넘는 교회의 담임목사의 말이었다. 본지 문화면에 관한 의뢰를 하고자 연락을 준 것으로 보아, 교계 문화에도 제법 관심을 가진 목회자였지만, 교회 내 저작권법에 대해 전혀 모르는 기색이었다.
예장통합 문화법인 나요한 목사는 “서울지역의 웬만한 교회들도 저작권에 대해 무지한 면이 많다”고 밝혔다. 더구나 대형교회를 제외하고는 개별교회가 교회 저작권을 대응하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음악 저작물만 따져도 해결해야할 문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 원인이다.
때문에 교단 차원의 대응이 제기되고 있다. 교단 내에 저작권 분과를 설치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이고, 이어 소속 교회들을 교육시키는 한편, 저작권 관련 전문가를 두어 문제 발생 시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교회 교단 중 예장통합만이 저작권 관련 부서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권장하는 ‘클린 소프트웨어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내부적으로는 저작권 단체와 접촉하면서 행보를 주시할 뿐 아니라, 저작권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다른 교단들도 예장통합을 거울삼아 교단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더 나아가 한국 교회의 연합사업의 좋은 예인 대한성서공회처럼, 저작권과 관련해 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를 설립하는 것도 신중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저작권은 교계를 넘어 일반 사회에서도 주요 이슈로 등장한 상태다.
이럴 때 일수록 한국 교회가 연합해 저작권법을 지켜나간다면 교회의 도덕성을 널리 알리면서, 중소 교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더불어 대표단체가 저작권료를 두고 저작권 단체들과 협상 기회를 마련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따라오게 된다. 


  

중재단체 ‘징수규정’ 합당한가

저작권자들 “금액 일방적…공공합의 필요”


현재 교회 저작권 단체 사이에서 최대 쟁점은 연간사용료 혹은 연간 회비라는 이름의 ‘징수 규정’이다.

교회에서 사용되는 음악저작물에 대한 집계 프로그램을 갖춘 중재단체인 CCLI 코리아와 한국교회저작권협회에서 징수 규정을 이미 내놓았지만, 저작권자측 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최소 9만 4600원에서 최대 502만 5600원까지의 연간사용료를 발표한 CCLI 코리아는 해외에 본사를 둔 단체가 한국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성도 수 별로 일률적으로 나눴지만, 1인당 금액으로 따져보면 작은 교회인 A그룹보다 대형교회인 O그룹의 금액이 저렴하다는 이유다. 사역단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미국식 방식, 혹은 경제원리로 연간사용료를 지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다행히 CCLI 코리아는 한국 저작권자들의 우려에 적극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지부와의 형평성 논란이 있음에도 미국 본사로 연간사용료 수정 문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 연간회비(가안)를 몇몇 단체에 선보인 한국교회저작권협회 징수 규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성도 수 별로 나눠 최하 금액은 5만원으로 CCLI 코리아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저작권자들과 합의가 없었다는 거다. 과연 5만원이란 금액으로 저작권자들에게 적절한 분배를 해낼지도 논란이다. 뿐만 아니라, 성도 수가 400명이 넘어가면 CCLI 코리아 금액보다 높아져 전체 금액은 CCLI 코리아와 별 차이 없다고 전해진다.

여기에 미자립교회나 개척교회에 대한 우대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오히려 저작권자측 단체로부터 나오고 있다. A단체 실무자는 “미자립교회는 1년에 1만원으로 한정하거나, 그것도 못내는 교회는 아예 받지 말자”고 주장했다.

B단체 실무자 역시 “작은 교회가 도움 받는 쪽으로 수정되어야 하고, 미진한 부분은 큰 교회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만약 중재단체들이 징수 규정을 수정한다면 미자립교회 처우 개선이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재단체들이 일방적으로 징수규정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저작권자들, 더 나아가 이용자인 교회와도 협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상태다. B단체 실무자는 “저작권자들의 독단도 아닌, 교회의 일방적인 것도 아닌, 시간을 두고 공공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