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
가방이 동기가 되었지만, 실제 영화는 5명의 선교사 이야기가 중심이다. 캠브리지 의대 출신으로 28살 때 콩고를 건너가 수 십 년을 사역했던 헬렌 로즈비어, 그리고 현재 콩고 현지에서 의료선교를 하고 있는 필립 우드 부부, 기니비사우 성경 번역의 산 증인인 아이사 아더, 그리고 20년 전 기니비사우로 건너가 사역하고 있는 한국인 이인응 선교사 부부. 그중 이인응 선교사의 경우는 눈시울이 시큰하다. 고작 스무 살 밖에 안 되는 딸이 불의의 폭행을 당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이야기를 담담히 전할 때까지는 참을 만 하지만, 딸의 무덤 앞에서 펑펑 눈물을 쏟는 부부의 모습은 선교사역의 고단함과 고귀함이 절로 전해져 울림이 크다.
극의 흐름은 두 연예인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하고픈 말을 다 할 수 있는 내레이션의 특성상 주제는 명확하다. 아프리카를 살릴 힘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가 주시는 화목과 평화 밖에 없고, 때문에 전심을 다해 아프리카를 섬긴다는 내용이다. 선교단체 지하창고에 있는 가방이 주는 메시지 또한 선교사들이 그 가방을 통해 하나님께 처음 받았던 소명을 되새기는 것처럼, 관객들 또한 하나님 앞에서 소명을 새롭게 하자는 권면이다.
하지만 기획의도가 이해되고 주제가 명확하다고 해서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할 수 없는 법. 아쉽게도 <잊혀진 가방>은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 우선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일관되지 못하다. 두 연예인의 여행으로 영화가 시작됐다면 마지막까지 두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 마땅한데, 아프리카 현장 화면을 보여주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화면에서 사라졌다. 때문에 두 사람의 여행 이야기로 짐작했던 관객으로선, ‘잊혀진 가방’을 설명하기 위함인지, 아프리카 현지 선교사를 다룬 이야기인지 혼란스럽다. 선교사들을 다루는 비중 또한 일관되지 못하다. 어떤 이는 수십 분을 할애하는데 비해, 어떤 이는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전부다. 꼬집어 말하면 애초에 기획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하고, 그 촬영분을 얼기설기 끼워 맞춘 느낌이다.
영화는 교회에서 하는 설교나 간증과 다르다. 설득한다고 다 수용되지 않는다. 치밀한 구성과 준비에 따라 화면이 보여지고, 하고자 하는 의도가 세련된 방법으로 보여질 때 감동이 있고 재미가 있다. 지난해부터 모처럼 일기 시작한 기독교영화의 바람이 지속되기 위해선 후속작품들이 훌륭해야 한다는 것이 기독교영화 관계자들의 동일한 목소리다. 기독교영화도 영화전문가가 만들어야 한다. 기독교영화를 꿈꾸는 사역자들의 각성과 분발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