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

영국의 한 선교단체 지하창고에 선교사들이 두고 간 가방이 있다. 길게는 70년 이상 넘게 보관돼 있는 그 가방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증을 안고 두 명의 남자가 영국을 찾아간다. 한 명은 14년차 집사인 한 탤런트고, 또 한 명은 신앙이 그다지 깊지 못하다고 고백하는 선배 가수다. 기대 밖으로 선교단체는 지하창고 촬영을 거부하고, 두 사람은 대신 수 십 년 간 아프리카 콩고에서 사역했던 여자 선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여 선교사의 선교 사역을 듣는 가운데 자연스레 카메라는 아프리카 콩고를 찾아가고, 이어 기니비사우, 한국으로 이어지며 선교사들의 삶을 소개한다. 기독교영화에서 선교사만큼 심금을 울리기에 적당한 소재도 없고, 잊혀진 가방이라는 궁금증에, 많이 알려진 연예인들이 가방을 찾아간다는 설정까지 제법 의욕적이고 그럴 듯한 전개다.

가방이 동기가 되었지만, 실제 영화는 5명의 선교사 이야기가 중심이다. 캠브리지 의대 출신으로 28살 때 콩고를 건너가 수 십 년을 사역했던 헬렌 로즈비어, 그리고 현재 콩고 현지에서 의료선교를 하고 있는 필립 우드 부부, 기니비사우 성경 번역의 산 증인인 아이사 아더, 그리고 20년 전 기니비사우로 건너가 사역하고 있는 한국인 이인응 선교사 부부. 그중 이인응 선교사의 경우는 눈시울이 시큰하다. 고작 스무 살 밖에 안 되는 딸이 불의의 폭행을 당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이야기를 담담히 전할 때까지는 참을 만 하지만, 딸의 무덤 앞에서 펑펑 눈물을 쏟는 부부의 모습은 선교사역의 고단함과 고귀함이 절로 전해져 울림이 크다.

극의 흐름은 두 연예인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하고픈 말을 다 할 수 있는 내레이션의 특성상 주제는 명확하다. 아프리카를 살릴 힘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가 주시는 화목과 평화 밖에 없고, 때문에 전심을 다해 아프리카를 섬긴다는 내용이다. 선교단체 지하창고에 있는 가방이 주는 메시지 또한 선교사들이 그 가방을 통해 하나님께 처음 받았던 소명을 되새기는 것처럼, 관객들 또한 하나님 앞에서 소명을 새롭게 하자는 권면이다.

하지만 기획의도가 이해되고 주제가 명확하다고 해서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할 수 없는 법. 아쉽게도 <잊혀진 가방>은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 우선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일관되지 못하다. 두 연예인의 여행으로 영화가 시작됐다면 마지막까지 두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 마땅한데, 아프리카 현장 화면을 보여주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화면에서 사라졌다. 때문에 두 사람의 여행 이야기로 짐작했던 관객으로선, ‘잊혀진 가방’을 설명하기 위함인지, 아프리카 현지 선교사를 다룬 이야기인지 혼란스럽다. 선교사들을 다루는 비중 또한 일관되지 못하다. 어떤 이는 수십 분을 할애하는데 비해, 어떤 이는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전부다. 꼬집어 말하면 애초에 기획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하고, 그 촬영분을 얼기설기 끼워 맞춘 느낌이다.

영화는 교회에서 하는 설교나 간증과 다르다. 설득한다고 다 수용되지 않는다. 치밀한 구성과 준비에 따라 화면이 보여지고, 하고자 하는 의도가 세련된 방법으로 보여질 때 감동이 있고 재미가 있다. 지난해부터 모처럼 일기 시작한 기독교영화의 바람이 지속되기 위해선 후속작품들이 훌륭해야 한다는 것이 기독교영화 관계자들의 동일한 목소리다. 기독교영화도 영화전문가가 만들어야 한다. 기독교영화를 꿈꾸는 사역자들의 각성과 분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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