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괴된 사나이>

 

▲ 영화 <파괴된 사나이>는 철저히 계산된 상업영화로 기독교 신념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있다.
설익은 밥을 먹다 돌까지 씹은 격이다. 딸을 유괴당한 목사가 하나님에게서 돌아서서 서슴없이 욕지거리를 내뱉는 영세사업가로 변했다가 몇 년 후 유괴범을 다시 쫓아 딸을 되찾는다는 게 주요 줄거리다. 목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설정 자체에서 예측할 수 있듯, 영화는 곳곳에 기독교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이 담겼다. 목사는 일흔 번씩 일곱 번까지 원수를 용서하라는 말씀을 읽다 성경을 찢고, 설교를 다 마친 후에는 제단복을 벗고 욕을 내뱉으며 예배당 문을 나선다. 친구의 말은 더 가관이다. 일요일이면 차곡차곡 돈 들어오고 세금도 안내는 그 좋은 직업을 왜 그만뒀냐며 힐난한다. 믿음을 잃었다는 아내의 지적에 전직 목사는 ‘주님이 보이냐’며 조롱한다. 딸을 유괴당한 아버지의 충격을 표현하기 위한 설정이자, 줄거리 전개이지만 영화 속에서 목사는 ‘성직자’가 아닌 일개 ‘직업’에 다름 아니다.

 

기독교를 조롱하는 내용의 영화가 낯선 것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기독교인을 광적(狂的) 존재로 표현한 <불신지옥>과 <독> 등이 나왔었고, 앞서 <밀양>은 ‘용서’와 ‘사랑’이라는 기독교의 주요 관념을 송두리째 의심하고 나섰다. 진지한 종교적 성찰 끝에 기독교를 다뤘다면 차라리 낫다. 그러나 <파괴된 사나이>의 경우 목사는 극적효과를 높이기 위한 한낱 도구에 불과했고, 때문에 불쾌하고 불편하다. 반기독교적 영화가 아니었다고 영화사 측은 변명하지만,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서 결과가 상쇄되는 것은 아니다.

신인감독이라는 한계도 있겠지만, 영화는 곳곳에 종전 영화의 답습 내지는 모방의 연속이다. 싸이코패스인 납치범은 <추격자>의 살인범과 닮았고, 별다른 이유 없이 살인을 일삼는 모습은 <공공의 적>과 유사하다. 주인공을 목사로 등장시킨 것 또한 <박쥐> 속 신부의 차용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목사를 등장시켜 기독교가 표리부동하다는 조롱을 가하는 것 역시 <밀양>과 닮았다. 이 같은 모방들 때문에 <파괴된 사나이>는 섹스, 살인, 스릴러, 가학 등 나름 영화 흥행공식을 다 포함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크롤이 올라갈 때까지 아쉬움이 남는다.

쉽게 접근할 수는 있지만, 쉽게 다루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사람들의 가슴속 신념과 가치관을 아우르는 종교가 대표적이다. 목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영화 속 목사의 모습과 행동은 현실 속 목사의 보편적인 모습이나 추측을 훨씬 뛰어넘는다. 한 마디로 잘 모르고 기독교를 다룬 셈이다. 영화는 지난주에 개봉됐다. 이미 극장에 내걸렸으니 되돌릴 수는 없는 일, 기독교인으로서는 괜한 호기심 대신 서슴없이 외면하는 선택이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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