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란(사모·가명)

교회 부교역자 사모가 된 지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늘 이맘때면 한해를 마무리하는 교역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할 때, 그러나 어딘지 씁쓸해질 때가 있다. 아니 어쩌면 하나님 앞에 분통이 터질 때가 있다.

해마다 신학교에서 졸업하는 신학생들을 지켜보며 또 신학교입학경쟁률이 치열하다는 글을 대할 때마다 한가지 생기는 의문과 회의가 있다. 이렇게 많은 한국 교회 신학생들이 다들 신학을 들어갈때는 나름대로 하나님이 주시는 소명을 따라 간다. 때론 좋은 직장과 미래가 보장되는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심지어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님 가신 길을 가기 위해.

학생의 신분으로 얼마 안되는 차비정도에 불과한 박봉에서 시작한 교육전도사에 입문할 때까지는 그래도 순수하다. 그들이 졸업을 해서 전임사역자로 가는 경우는 얼마나 되는지 또 부교역자로 있다가 실제로 담임이 되거나 선교사가 되거나 교회를 개척해서 그 소명을 평생 이끌고 순종해 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이때쯤이면 기독신문엔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구인구직란 교역자들이 내년에 사역할 교회를 찾기 위해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천이삼백 명에 이르기까지 구인란을 보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물론 그들이 본다고 해서 다 이력서를 넣을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우리 시대에 부교역자로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특히 신앙의 1대인 부부가 사역자가 되었을 때는 참으로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역자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치열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하다. 어렵게 들어간 사역지에선  순수하지 못하고 잔머리를 굴리는 동료사역자들 때문에 힘을 빼는 시간이 오히려 사역에 집중하지 못하게 할 때가 많다. 후배 사역자는 선배 사역자를 밀어낼 생각으로 설교 할 때나 암암리에 선배 사역자의 약점이라고 판단되는 것을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담임목사님이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일부 중직자들이 참견하기 시작하면 사역자들간 위계질서가 무너진다. 교인들도 알 만한 사람들도 있을 텐데 감히 누구 하나 말을 못한다. 담임목사님 중심으로 돌아가는 교회니까 당연히 부교역자들의 고충을 알 리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교회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만도 한데 그렇지가 못하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수고해도 전임 교역자들이 한 달 받는 사례는 기초 수급자 대상에서 겨우 벗어날 정도에 불과하다. 교회 관리사의 초봉보다 적은 사례를 받고 있는 부교역자들이 대부분이다. 대형 교회 몇몇을 제외하곤 다들 박봉에 시달린다. 그러면서 사역의 기간이 길어 담임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으냐 하면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몇몇을 제외하곤 거의 사역현장에서 후배들에게 밀려 사라지는 교역자들을 보게 된다. 그들이 사역을 못해서가 아니라 잔머리를 굴려 힘 있는 성도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지 않아 교회를 사임해야 되거나 어제까지 열심히 사역하던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어야 할 때도 있다.

나는 한국 교회와 신학교에 말하고 싶다. 신학생들의 입학시험경쟁률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생을 걸고 사역할 수 있는 사역의 장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한국교회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그걸 내놓을 수 없다면 신학교입학생수를 대폭 줄여 소수의 사람을 제대로 키워 그들이 맘 놓고 사역에만 집중할 수 있을 때, 한국 교회에 진정한 부흥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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