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오늘> 음향기기의 장인 김진수 장로
<샬롬오늘> 음향기기의 장인 김진수 장로
  • 강석근
  • 승인 2005.03.28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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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기기의 장인 김진수 장로>

맹숭맹숭했다. 대개 인물 인터뷰를 하면 취재원 대부분은 자신을 알리려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들춰가면서 소개하기가 바쁜데 이번에 만난 인터뷰 대상자는 의외였다. 찬기가 도는 썰렁한 당회실에 사진기자와 세 명이 유기된 채 춘삼월의 추위를 '만끽'하며 한나절을 보내야 했다. 그 흔한 물 한 모금 마실 겨를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작 본론에 들어가 질문을 해도, 거창한 설명이 없는 단답형이었다. 그래도 꽤 괜찮았던 인터뷰로 평가하고 싶다.

경기노회 정기회가 열리던 지난해 4월, 김진수 장로(성복중앙교회)는 노회 참석자들에게 개척교회나 미자립교회에 음향시설을 손봐 준다는 유인물을 돌렸다. 몇 년 전부터 목회자들을 통해 알음알음 소개받아 앰프와 스피커 등을 수리해주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이를 선언하고 도와야겠다는 의미에서 전단지를 배포했다. 고민도 많았다. 행여 교회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수단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일까봐 노심초사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도했던 일이라 그런 두려움은 잊고 나섰다.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지난해 경기노회에서만 12개처의 교회를 돌며 음향기기를 고쳤다.
"스피커의 방향만 잘 잡아줘도 소리가 다릅니다. 그런데 이런 기기의 특성은 고려치 않고 틈이 있는 곳이면 아무 곳이나 음향기를 설치하는 것이 교회의 현실입니다."
김 장로는 반평생 가까이 앰프와 스피커의 친구로 살았던 전문가의 경험을 살려 시간이 나는대로 교회를 돌았다. 어느 교회는 앰프시설만 몇 천 만원 하는데 소리는 겨우 몇 십 만원의 기능도 되지 않아 바로 잡아 준 적도 있으며, 또다른 어느 교회는 스피커가 완전히 터져 제 기능을 못하는 기계를 고쳐 준 적도 있다. 물론 스피커 외부는 새 것과 진배없이 깨끗했다.
"모 교회에 불이나 어려움을 겪을 대, 헌금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 맘에 걸렸습니다. 그러던 중 '네가 가지고 있는 은사로 섬기라'는 주님의 음성이 귓전에서 맴돌아 그때부터 어려운 교회를 찾아 음향기기를 고쳐주기 시작했습니다."
김 장로는 어려운 교회를 찾아 스피커와 마이크 등을 손 봐 주는 일이 비록 얼마되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보람을 느끼며 산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싼 중국과 인도의 음향기기가 밀려들어와 국내에서 경쟁력을 잃어 그만큼 그의 일이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수 장로는 음향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사장이었다. '고전'처럼 되어 있는 지 몰라도 닷(DART)이란 음향기기는 한 때 교회는 물론 다방에서 최고로 쳐주는 제품이었다. 날고 긴다는 웬만한 디스크 쟈키(DJ)는 닷 제품만 찾았다.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20년 전만해도 돈을 싸 들고와 줄을 서서 납품을 요구했습니다. 32명의 기술자가 정신없이 공장을 가동해 일을 했죠."
그는 앰프는 물론 스피커와 마이크 등 모든 음향기기를 수작업을 통해 만들었다. 대량생산보다 수제품을 통해 품질로서 승부를 걸어왔다. 그러나 그 승부도 한계가 있었다.
"상품이 좋다고 다 성공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이름있는 명품들이 모두 사라지고 있습니다. 거기다 음향기기 설치는 거의 막노동이나 다름없는데 이제 힘이 달려 접어야 될 것 같습니다. 제 '땜쟁이' 실력을 인정하고 찾아주는 교회를 돌며 봉사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음향기기는 생각보다 고가인데다 한번 구입하면 10년은 너끈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미자립교회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웬만한 교회도 마찬가지다. 중요성은 알면서도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 음향시설이다.
그런 중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김 장로는 새로운 삶을 일구고 있다. 자신의 효용가치를 인정만 해 준다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것이 그의 다짐이다. 원래 경영에는 젬병이라는 그는 음향시설의 엔지니어만큼은 자부할 수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1970년 기타의 생동감 있는 소리에 반해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10년 동안은 적자를 면키 어려울 만큼 힘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교회생활에 충실하면서 일이 번성했습니다. 이제는 교회에 제가 하나님께 받은 달란트를 고스란히 주고 싶습니다."
김 장로는 대부분의 교회가 앰프의 용도를 잘못알고 사용하여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홀의 구조와 내부의 흡음제(방음)를 잘 활용할 것을 권유했다. 비싼 기기라고 다 좋은 것이 아니라 교회의 구조에 맞게 용도를 알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 장로는 음악도 미세한 부분을 요구하지만 언어 전달은 아주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이 점을 고려하여 음향시설을 갖출 것을 부탁키도 했다.
지금까지 80여 교회의 음향시설을 무료로 고쳐주거나 실비를 받고 손봐 줬다는 그는 누가 뭐라해도 이 일을 확대하여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들을 포함, 3명이 회사를 꾸려가고 있지만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한걸음에 달려갈 생각이란다. 왜냐하면 과거에 그만큼 교회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란다.
"개척교회는 앰프 하나 장만하기가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런 어려운 교회를 찾아 제 손으로 셋팅을 해주는 것이 보람입니다."
그는 영락없는 음향의 장인(匠人)이었다. 강석근 기자 skkang@kid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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