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혼의 순박한 여정”


두한이를 안 것은 1988년 겨울이었다. 잠실 지하도에서 하늘이란 노숙자를 촬영하다가 액션스타가 되고 싶어 ‘김두한’이란 예명을 스스로 붙였다는 이 앵벌이 녀석을 만난 것이다.
내가 만든 ‘친구와 하모니카’라는 다큐멘터리에 주인공 겸 조수가 되어 춥고 긴 겨울 여행을 같이하기도 했다. 자기를 위해주고 좋아해주면 늘 손을 꼭 잡고 따라다니는 녀석. 헤헤거리며 웃는 그 얼굴이 눈에 선하다.
‘버드나무’라는 사이트를 만들며 인연을 맺은 요셉이를 두한이는 무척 따랐다. 요셉이의 사진으로 두한이 이야기는 나의 다큐멘터리와 다른 따스함, 냄새, 유머가 스며들게 되었다.
나는 요셉이의 작업이 무척 좋았다. 여러 번의 방황, 다시 돌아옴 그 모든 과정에 두한이는 늘 요셉이와 함께했다. 폼잡지 않고 작위보다는 무위의 순수한 풍경으로 인간을 매만진 휴먼 다큐멘터리다.
이 작업은 두한이보다 오히려 요셉이를 성숙시켰고 순진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던 경상도 촌놈 요셉이를 차라리 세상에 눈을 뜨게 했다.
이 말썽꾸러기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의 연약함을 보았고 기도해야 했고 한 영혼의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가 절감해야 했다.
이 소박한 여정은 요셉이라는 작은 사진가가 두한이를 통해 자기를 돌아보는 여정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여행을 생래적으로 가야 하는 우리에게 주는 두한이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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