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그런 것인 모양이다. 어느새 흘러가고, 어느 틈엔가 흘러와 있는 것…
떠나기 싫은 겨울이 미적미적 뒤늦은 폭설을 뿌리고, 세찬 바람으로 거리를 휩쓸어도, 어느새인가 봄이 다가와 있다. 코끝에 와닿는 바람속엔 겨울의 날선 냉기가 사라지고 눅눅한 봄의 습기가 머금어져 있다. 봄은 그렇게 오는 것인 모양이다.
3월, 햇살 따끈한 남녘 강둑엔 어느새 새 움이 돋고, 마음은 자꾸만 동그랗게 부풀어오른다. 이 봄을 먼저 열어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모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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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나이에 교대 입학한 주부 전윤주씨'
전윤주(집사.경산중앙교회)씨. 그는 올해 대구교육대학교에 입학한 예비선생님이다. 전 집사는 현재 나이로 34세. 그것도 한 아이를 자녀를 둔 가정주부다. 그는 얼마 전까지 공무원이었다. 이쯤되면 그녀를 만학도로 내몰았던 남모를 사연이 있을 법한 대목.
전 집사는 영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법무부 소속 소년보호직 서기(8급)로 10여년간 근무했다. 안정된 직장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그야말로 남부럽지 않은 여건을 가지고 있는 그였다.
하지만 전 집사는 특수한 환경의 직업 특성으로 많은 고민을 해왔다. 무엇보다 마음속에서는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계속해서 그녀를 자극했다. 2001년 전 집사는 40일 새벽기도를 작정하고, 기도하던 중 초등교사의 비전을 품게 됐다.
교대 편입을 알아봤지만 자격미달이었다. 결국 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수능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공부에 손을 놓은 지 10년 넘은 학력고사세대가 높은 수능점수를 요하는 교대를 들어가야 한다는 현실은 말 그대로 무리였다.
주위 반응 역시 냉담했다. 안정된 공무원을 그만두는 것은 물론 자녀양육, 가정살림에 대한 반문이 줄을 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3년 마침내 공부를 시작했다.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가족을 챙기며 공부한 탓에 구내염을 달고 살았으며, 목이 경직되고, 신경치료를 받을 정도로 육체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불행히도 전 집사는 결국 불합격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평가한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열망이 너무 커서 하나님이 공부하는 것을 막을까봐 겁이 나서 기도를 할 수 없었어요. 수능전달에 치른 모의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자만할 정도로 자기노력에 집중한 것이 요인이었습니다."
뼈아픈 낙방의 눈물을 삼키고 재도전했다. 재도전은 사뭇 달랐다. 먼저 공부의 동기점검부터 시작했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구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 대부분이 결손가정의 아이들이었다. 전 집사는 평소 부모가 못하면 선생님이라도 제대로 교육한다면 소년원이 필요없는 시설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왔었다.
전 집사는 초등학생 때부터 바로 잡아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교사를 꿈꾸게 된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는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이 사라지고 오히려 기도에 더 매진하고 신앙을 지키는데 더 집중했다. 마침내 전윤주 집사는 지난해 합격의 영광을 누렸다.
전 집사의 도전은 마치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본토 친척 아비집'이라는 '안정과 익숙함'을 벗어 던지고, '갈대아 우르'라는 새로운 '모험의 항해'를 시작한 것과 별반 다를 게 무엇이랴.
전 집사는 정년이 보장되는 최고의 직업으로 각광받는 공무원이라는 안정을 택하지 않았다. 손에 익은 직장생활의 익숙함에도 연연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부어주신 부르심의 소망, 그것을 위해 그녀는 모험의 세계에 도전했다.
전윤주 집사는 지난 2년의 과정을 통해 교대 합격이라는 결과물보다 하나님의 섭리를 값진 체험을 통해 깨닫게 된 것에 감격해 한다.
"지난 2년간의 공부를 통해 지식?체력?감정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자존감이 회복돼 너무 기뻐요. 무엇보다 시험에 붙고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인생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너무너무 감사해요."
하나님 앞에서의 '모험'은 이래서 값지고 아름다운가 보다.
김병국 기자 bkkim@kidok.co.kr
*사진은 전윤주 집사 독사진이랑, 남편 박세현 집사와 아들 병진이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웹하드에 올렸습니다.

'‘이른 봄, 숲’전 연 화가 김수연씨'

지난달 15일부터 26일까지 김수연(화가.)씨는 기획전을 가졌다.
‘이른 봄, 숲’전.
아직 봄을 생각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김씨는 화사한 봄 색깔로 진흥아트홀의 벽면을 물들였다. 밖에는 겨울이 한창이었지만, 전시장 안은 따스한 봄 빛으로 출렁거렸다.
김씨의 작품들은 대부분 자연을 소재로 한 것이었다. 김씨의 화폭 속엔 숲속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빛살들과 투명한 공기들, 나무가 머금고 있던 습기와 청량한 바람들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다양한 재질의 물감과 안료들, 비닐과 종이, 찍고 번지기 등 여러 기법을 사용해 표현해낸 자연의 한 순간은 숨막히는 아름다움으로, 종교적 감성을 노래하고 있었다.
특히 청색과 녹색을 주조색으로 신비롭고 감수성으로 가득찬 화폭은 무한한 공간감과 깊이로 창조주의 호흡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김씨는 서울대 미술대 서양학과와 서울대 미술대학원 서양학과를 졸업했으며, 진흥아트홀(관장:유명애)의 기획 초대전 형식으로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
김씨의 ‘이른 봄, 숲’전은 그렇게 겨울의 한자락을 들치며 새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김지홍 기자 atmark@kid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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