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멋있게 연주할거야

강산이 엄마 이은주 사모는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일기’를 샘솟는교회 홈페이지(www.wellspring.or.kr)에 올려놓고 있다. 그 글 가운데 최근 영화 <말아톤>을 보고 장애인을 둔 어머니로서의 마음을 적은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놓았다. 그 글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은미야, 안녕? 설은 잘 보냈니? 아이와 아이 아빠는 모두 건강하지? 나는 지난 3주 내내 지독한 이명(耳鳴)과 감기 몸살이 겹쳐서 오는 바람에 힘든 시간을 보냈어. 교회 일은 겨우 겨우 하고 그 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그래도 감기는 다 아는 질병이니 주사 맞고 약 먹고, 더뎠지만 시간 지나니까 괜찮아졌어. 그런데 이명, 귀울림은 정말 괴롭더라. 침을 맞아도 약을 먹어도 잠을 많이 자도 안 없어지고, 머릿속 전체를 뒤흔들며 낮은 소리는 들리지도 않고. 생활을 무기력하게 하고 신경은 예민해지고 이러다 소리가 아예 안들리면 어떻하나 걱정될 정도였어.
설날 지나고 니가 보내준 영화예매권으로 영화 잘 봤어. 엄마하고 처음으로 영화관에 같이 갔다. 엄마한테 영화보러 가자고 하면 귀찮다고 안간다고 하실줄 알았더니 “언제 갈 건데?” 그러시더라.
<말아톤>이라는 영화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보게 되었어. 장애우가 주인공인 영화더라. 영화 초반에 그걸 알고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울지 말고 봐야지' 다짐을 했어.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많이 울었다. 될 수 있는 한 엄마가 모르게. 엄마는 펑펑 울더라.
영화 끝나고 엄마가 그러시더라. 강산이를 어떻게 대해야 될 지 알겠다고. 그러더니 너무 엄격해지신거야. 잠은 제시간에 제자리에서 자야 된다고 그러면 그냥 놔두라고 하시며 늦은 시간 엄마 옆에 재우고, 살 찐다고 조금만 먹이라고 하면 먹겠다는데 어떻하냐고 하시며 배부르게 먹이고. 영화 본 이후로 잘 시간이면 가서 자라고 내쫓으시고 뭐 먹으라고 잘 부르지도 않으셔.
은미야! 나는 그저 주인공 '초원'이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더라. 가슴이 저리고 뻐근하더라. 초원이가 어렷을 적 자기 손을 깨물어 상처를 내던 그 때는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보여 준 것 보다 더 많은 시련이 있었을 거라고 여겨져. 그게 느껴져서 감정조절이 마음대로 되지 않은 모양이야.
요즘 KBS 인간극장에서 방영된 다운 청년에 대한 이야기나 말아톤은 강산이와 우리 가족 그리고 강산이를 예뻐해 주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어. 언젠가 강산이도 지가 좋아하는 드럼을 멋있게 연주해 낼거라고 말이야.
고맙다, 은미야. 언제나 좋은 것을 나누어 주어서. 우리 가족에게 고마운 다른 사람들처럼 너에게 역시 갚지 못할 마음의 빚을 지고 있어. 하나님이 대신 갚아 주시길 염치없이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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