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빈 연구원(통일연구원)

한반도의 통일과 통합의 주체는 남한과 북한이다. 그렇지만 한반도의 분단 과정과 안보 지형을 고려할 때 남북관계는 주변국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남북한 및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국민들이 주변국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한반도의 통일에 있어 주변국에 어떠한 역할을 기대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통일외교 환경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수행한 2020년 통일의식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은 주변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지만 주변 4개국의 협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주변국이 “남북한의 통일을 원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통일은 원한다’는 응답률은 미국 26.4%, 일본 6.5%, 중국 9.2%, 러시아 12.5%로 각각 나타났다. 한국의 우방이자 동맹인 미국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미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과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체제를 공유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절대 다수는 한반도의 통일을 희망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다음으로 “남북한 통일을 위해 다음 국가들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하였고,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미국 92.3%, 중국 82.8%, 러시아 66.2%, 일본 49.7%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난 10여 년의 추세는 통일을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가장 필요하고 일본보다는 중국의 협조가 더 필요함을 보여준다. 한반도의 안보와 경제 문제에 있어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두 강대국의 도움과 협조를 필수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주목되는 점은 대일인식이다.

2008년부터 2011년 까지 일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0%를 상회하였으나 2020년에는 49.7%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즉 한반도 통일에 일본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률이 50.3%로 다수가 된 것이다. 아베 정권에서 지속되었던 한일 갈등, 반일(反日) 정서가 대일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주변국들이 한반도의 통일을 희망하지 않지만 통일을 위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보는 인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통일이 남한과 북한이 주도적으로 이루어내야 할 민족적 과업임은 분명하지만 주변국가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국가이익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현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 이로 인한 한미, 북미관계 향방은 국민들의 대외인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되는 미중 전략경쟁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는 중요하다.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을 위해 주변국들의 공통의 이해를 만들어 나가면서 다자협력을 도모하는 명민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사회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지지할 수 있게 만드는 노력에는 정부와 시민사회, 교계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교회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문제에 있어 세대와 이념, 국경을 넘어 공감대를 넓히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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