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 기대 작아지며 체제유지 선호 … “복음통일 비전 제시 힘써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2020 통일의식조사’

지난 몇 년 사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조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4월 15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0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19~29세 응답자가 2018년 조사 시 17.6%에서 2020년에는 두 배 이상인 35.3%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30대의 경우도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자 비중이 2018년 19.8%에서 2019년 24.9%, 2020년 30.8%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처럼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의 원인은 무엇일까?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2007년 이후 오늘날 한국정치에서 통일의식이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하고, 한국인들의 정치정향과 정치이념의 틀 위에서 통일의식이 여타 정책영역과 어떻게 병존하고 있고 어떤 특질을 지니고 있는지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매년 <통일의식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응답은 남북관계의 변화 등으로 매년 다소 부침을 겪고 있는 와중이지만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표1>

이에 더해 통일의 추진 방법과 시기에 대한 견해에 대한 의식조사에서도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해야 한다는 통일의 당위성을 중시하는 의견이 매년 줄어들다가 2020년에는 전체 응답자의 3.9%에 그쳤다.<표2> 반대로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응답(55.9%)과 ‘현재대로가 좋다’는 응답(21.6%)이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주목할 점은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2007년에는 ‘같은 민족’이라는 선택지가 압도적 1위였다면, 최근으로 오면서 특히 2020년 조사에서는 ‘전쟁위협 제거’라는 평화통일의 관점이 이를 추월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흥미롭게도 통일에 대한 견해를 연령대별로 확인해 보면, 보통 짐작하듯 6·25전쟁 등을 경험한 고연령대의 응답자가 아닌 20대의 젊은 응답자들이 가장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적거나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반면, 2020년의 40대 후반 응답자들은 통일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집단으로 확인됐다. 특히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통일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약 10%에 이르러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현 정권에 대한 정치적 지지도와 유관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2020년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중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범수 교수(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2018년 한껏 고조되었던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기대감이 2019년 북미협상 결렬로 사그라지고 2020년 6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강경조취를 취함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사회 전반에 증가하고 있는 최근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더욱 본질적으로는 20대와 30대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는 지난 몇 년 간의 추세가 이러한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통일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통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가장 큰 이유는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며, 그 다음으로 “통일 이후 생겨날 사회적 문제”, “남북 간 정치체제의 차이”, “남북 간 사회문화적 차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표3>

즉, 대다수 국민이 통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통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통일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국민들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경제적 부담과 사회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연이은 부동산 규제 정책에 따른 서울 및 수도권 집값 고공 상승으로 20대와 30대를 중심으로 경제양극화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고조돼 있는 상황에서 ‘통일 준비’를 전제로 한 경제적 부담감 해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현재의 경제 양극화가 20대와 30대 등 젊은 계층을 정치경제적 보수화로 내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김병로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교수)는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관계경색 지속과 평화형성 이완기에 나타나는 피로감 및 학습효과가 작용하여 세대·지역·이념 간 대북의식의 분화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지점에서 한국교회가 중재자로서 대북한 및 통일 정책을 중심으로 대립하는 보수와 진보 세력을 화합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더 중요한 것은 통일한국의 주역이 되어야 할 다음세대라며, “한국교회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 다음세대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세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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