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규 목사(부전교회)

부활절은 기독교 최대의 절기이다. 청소년 시절 대전역 광장에서 모였던 부활절 연합예배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담임목사님께서 임시 강단 위에 서서 교파를 초월하여 선포하셨던 강력한 부활의 메시지는 중학생인 나의 가슴에 불을 붙였다. 그날은 교파를 초월하여 모두가 부활하신 주님께 영광 돌리며 대전을 거룩한 도시로 만들려는 연합이 이루어지는 복된 시간이었다. 군목이 되어서 국방대학원 부목사 시절, 1993년도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했다. 수많은 서울의 성도들이 모여서 주님께 영광 돌렸던 그 감격도 잊을 수가 없다.

최근 부활절 연합예배를 두고 논란이 일어났었다. 사분오열된 한국교회의 연합을 위한 소망과 기도를 폄하(貶下)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다. 교회는 다양성(diversity)과 통일성(unity) 사이에서 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다양한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통치를 받으며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통일성(unity)은 획일성(uniformity)과 다르다. 획일성은 다양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은 연합에 방해가 된다. 나와 다르면 다 틀렸다는 주장은 연합의 장애물이다. 부활절 연합예배에 대한 비난을 한 이는 획일성을 가지고 비난한 것이다. 물론 우리는 우리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을 분명하게 가져야 한다. 초교파적 연합활동에 있어서 우리가 가진 숭고한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흔들면 아니 된다. 다만 대사회, 대정부적으로 교회 공동의 유익을 위해, 우리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연합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연합의 변두리가 아니라 중심에 서서 연합을 주도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신학이 역사의 중심에 서서 역사를 변혁하는 개혁신학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를 대한민국 최대 교단으로 만들어주신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역사 속에 우리 교단이 이런 한국교회 연합의 중심에 섰던 적이 있었다. 1982년 이영수 목사가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으로, 1984년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준비위원회 대회장으로, 한국찬송가공회 공동회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다. 그 외에도 우리 교단의 많은 지도자들이 한국교회 연합의 중심역할을 한 분들이 있었다. 그분들은 우리의 신학적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한국교회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이 시대에도 그런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개혁신학을 가진 이들은 아브라함 카이퍼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인간 실존의 모든 영역을 통치하시는 그리스도께서 ‘내 것이야’라고 외치지 않는 곳은 단 1평방 인치도 없다.” 개혁주의는 이웃과 담을 쌓는 게토 문화가 아니라 소금처럼 빛처럼 침투하는 변혁 문화이다. 우리 삶의 전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왕 되심을 선포하며, 그분의 통치가 이루어지도록 발 벗고 나서는 것이다.

1982년 알란 레이스(Alan Race)가 펴낸 <그리스도인과 종교 다원주의:기독교 신학의 패턴들>에 보면, 타종교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은 다음 세 가지이다. 유일주의(Exclusivism), 수용주의(Inclusivism), 다원주의(Pluralism)이다. 유일주의는 구원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라는 것이다. 수용주의는 타종교에도 구원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원주의는 타종교에도 구원자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유일주의를 믿는다. 교회 연합도 우리는 유일주의 바탕 위에서 연합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낙동강 방어선이다.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하였기에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종종 건전한 교회 연합을 수용주의 또는 포용주의라고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 수용주의는 타종교에도 구원자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인데 어찌 건전한 교회 연합활동을 수용주의라고 몰아갈 수가 있는가? 물론 연합을 하면서 신학적 변질을 한다면 수용주의, 포용주의라고 비난할 수 있지만, 유일한 구원자 예수님을 고백하는 지도자들의 교계 연합활동을 수용주의 또는 포용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우리를 고립시킬 수 있다. 적극적인 변혁의 주체로서 개혁신학을 믿는 교단의 사명을 망각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굳게 지키면서 시대를 선도하는 개혁주의자, 개혁주의 교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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