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한 목사

배용한 목사(대율교회)
배용한 목사(대율교회)

목회칼럼 연재를 시작하면서 언급했듯이 필자는 부림 홍씨 집성촌에 위치한 교회에서 목회를 한다. 집성촌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동성동본의 동족이 집단적으로 거주해 다수를 점하는 마을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이와 같이 특정 성씨로 이루어진 집성촌은 강한 혈연의식으로 인해 배타성과 폐쇄성이 강하다. 해당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은 이상, 주민이 되어 오래 살아도 그들에게는 여전히 외부인으로 비춰진다.

이런 낯선 집성촌에서 적응하면서 목회하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과 관계가 좋아야 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이야 익숙한 사이가 되었지만, 처음에는 만남의 접촉점이 필요했다. 그래서 제빵에 일가견이 있는 아내가 시골 어른들이 좋아하는 카스텔라 빵을 직접 만들어서 마을회관과 가정을 방문해서 전달했다.

시골에 제과점이 없어서 빵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마을 사람들에게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다. 쉽게 마음을 얻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사랑의 빵으로 친밀해진 이후 시작한 것이 집으로 찾아가는 ‘밥상’ 교제였다.

시골마을 어르신들의 일상은 외롭고 적적하시기에, 홀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집을 방문해서 “어르신. 교회 목사왔습니데이. 밥 주이소”라고 하면, 그동안 마음의 정이 쌓였던 터라 어른들은 “잘 왔심더. 어서 오이소”라며 따뜻한 환대를 해 주신다.

후딱 차린 밥상에서 함께 식사하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빗장을 연다. 때론 자녀들에게조차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들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살아오면서 켜켜이 쌓은 아픔들도 한가득 내어놓는다.

묵묵히 듣고 있노라면 눈물도 지으시며 “내 말을 잘 들어줘서 고맙다”고 목사의 손을 꼭 잡기도 했다. 장시간의 얘기가 끝나고 헤어질 무렵에는 “목사님! 다음에는 좋아하는 국수할테니 자주 오이소”라 외치며 배웅을 한다. 일상이 분주해 밥상 교제를 하지 못하면, “목사님. 국수 퍼진지 언젠데 왜 안 옵니껴”라고 먼저 연락을 주시곤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밥상 교제가 아련한 추억이 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 그러기에 속히 마음을 나누는 밥상을 함께하는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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