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석 목사(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밀알복지재단은 지난 2019년 4월,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재활복지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시청각장애인 지원기관인 ‘헬렌켈러센터’를 설치해 시청각장애인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동안 밀알복지재단은 밀알학교, 장애통합어린이집, 굿윌스토어(Good Will Store) 등 밀알만이 잘할 수 있는 재활복지사업을 시작하여 모범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한 ‘헬렌켈러센터’를 통해서도 배움의 기회가 없는 시청각장애아동에게 방문촉각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를 동료상담가로 위촉하는 등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좋은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DeafBlind)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의사소통과 정보접근은 물론 교육의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청각장애는 두 장애의 덧셈이 아닌 곱셈으로서, 그 특성이 시각장애나 청각장애와는 전혀 다른 장애유형입니다. 그러므로 소위 ‘헬렌켈러’로 불리는 시청각장애인은 모든 생활영역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많을 뿐만 아니라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청각장애는 법정장애 유형에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아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게 되어 어느 기관에서도 시청각장애인들에게 혜택을 줄만한 곳이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시청각장애 인구를 조사한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UN과 WHO에서는 인구 만 명당 1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도 줄잡아 50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예측됩니다. 하지만 2017년 장애인개발원에서 전국장애인실태조사(2014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만815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15년 통계에 의하면 일본은 약 2만4000여 명으로 추산되며, 미국은 약 4만5000명에서 5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다르게 선진국의 경우에는 그들을 위한 관련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장애가 발생하는 차지신드롬(CHARGE Syndrome) 경우가 있는가 하면, 노령화로 인해 시청각장애를 겪게 되는 노인인구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크게 3가지 경우가 있는데 선천성 시청각장애인, 맹인으로 살다가 중도에 시각장애를 입은 맹 기반 시청각장애인, 그리고 농인으로 살다가 중도에 시각장애를 입은 농 기반 시청각장애인이 있습니다. 이들은 각각 의사소통방법이 점어, 촉점자, 촉수화 등으로 전혀 다릅니다.

앞으로 밀알복지재단은 헬렌켈러센터를 통해 시청각장애인의 개인별 맞춤 의사소통체계 수립, 시청각장애인 활동지원사와 시청각통역사 양성과 지원, 시청각장애 당사자 조직의 결성 및 지원, 시청각장애인 발굴 및 사회통합서비스 체계 확립, 시청각장애인 교육과 고용방안 등을 하나씩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시청각장애인 지원을 위한 단독 법안, 일명 ‘헬렌켈러법’ 제정을 위한 입법운동도 실시해 빠른 시일 내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명실공히 시청각장애인도 이 땅의 인권 주체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통합사회의 주인으로 설 수 있도록, 시청각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를 위한 한국교회와 성도들도 헬렌켈러 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복음을 듣고 하나님나라의 백성이 되어 천국을 소망하며 살아가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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