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휴 목사(광주 동명고등학교 교목)

다시 돌아오는 5월을 바라보며 여러 생각에 잠긴다. 우리를 위협하는 코로나가 우선 떠올랐고, 또 40여 년 전에 벌어졌던 광주의 5·18 그리고 과거 우리가 민주화를 위해 겪었던 아픔을 지금 똑같이 겪고 있는 미얀마가 떠올랐다. 거기에 스승의 날을 맞아 동명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세족식도 연상됐다.

간간이 뉴스를 통해 접하는 미얀마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생각으로 인터넷으로 미얀마에 대해 검색했다. 미얀마가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과거, 그 후 53년 동안 군부가 미얀마를 지배했던 역사, 그리고 2015년에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국민민주연맹이 군부독재를 끊고 문민정부를 열었던 사건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왜 미얀마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나고 있는가?’ 이 부분도 궁금해서 자료를 계속 검색했다. 군부가 2020년에 시작된 미얀마 문민정부 2기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선거라는 명목을 들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려 했다. 그리고 국민들이 이를 반대하니 무력으로 시위자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처참한 유혈사태가 일어난 것이었다.

이런 사실들을 알고 난 후 나에게는 새로운 책임감이 다가왔다. 5·18을 경험한 광주시민으로서, 더욱이 공의롭고 정의로우신 하나님을 아버지로 섬기는 기독인으로서 미얀마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 것이다. 그 땅에도 온전한 민주주의가 도래하며,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복음의 계절이 도래하기를 기원하기 시작했다.

하박국 선지자는 부정과 부패가 난무하고, 강포와 겁탈이 판을 치며, 변론과 분쟁만 있어 의인들이 고통 중에 있음을 직시했다. 그런 상황에서 의인은 믿음으로 살 것과, 언젠가는 공의로우신 하나님이 악인을 심판하여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할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악인에 대해 수많은 사람이 총칼이 아닌 시로 그 악인을 풍자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관련 뉴스를 보면서 미얀마의 태권 소녀로 알려진 치알 신의 용기가 나에게 큰 도전을 주었다. 그녀는 ‘모든 게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시위 선두에 섰다. 그러다 군인이 쏜 실탄에 맞아 사망했는데, 군부는 그녀의 시신까지 탈취하여 없애버리는 잔인무도한 행위를 범했다.

지금 미얀마가 겪고 있는 아픔을 예전에 똑같이 겪었던 광주는 미얀마 시민들과 같은 마음이 되어있다. 광주의 5·18은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앞당긴 역사적 사건이요, 풀뿌리 정신으로 권력 앞에 무릎을 꿇지 않고 죽음까지 각오한 채 희생정신을 발휘한 위업이었다. 그 기억을 간직한 광주는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미얀마의 군부 독재 타도를 위해 힘이 닿는 대로 돕고, 응원하고, 협조하고 있다.

5월을 바라보며 민주화를 외치는 미얀마 시민들, 5·18의 광주,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고통 가운데 서있는 시민들이 내 가슴에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세족식에 나타난 ‘섬김’이라는 큰 글자가 발견된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주님의 섬김이 세상을 변화시켰듯이 우리의 섬김이 확장되면 희생이 될 것이며, 일상에서는 공의롭고 정직한 삶이 되지 않을까. 여러모로 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해있지만 이제는 예수님의 섬김 정신을 본받아 힘들어하는 이웃을 품고, 고통 중에 있는 이웃 나라를 돌보는 사역에 더 관심을 가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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