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노회 취재를 다니는 발걸음은 언제나 활기찼다. 만물이 활짝 소생하는 시절이 자아내는 흥취 영향도 있겠지만, 각 노회마다 다시 출발하는 우렁차고 신선한 기운이 기자의 내면에까지 활력을 일으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올 봄의 취재 길은 예년처럼 신나지 않는다. 유달리 이번 해에는 기자가 담당하는 호남지역 노회들에 크고 작은 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돌출하는 중이다.

순천노회와 목포서노회의 해묵은 분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전북지역 여러 노회들마저 이미 순조로운 시작을 하지 못했다. 노회원들 사이 대립이 격화되는 바람에 정기회 현장에 경찰까지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지는가 하면, 새로운 임원진이 인준 받지 못해 기존 임원들이 어쩔 수 없이 임기를 연장하는 경우도 생겼다.

절친했던 사이에 틈이 벌어지면서 수년째 교회법과 사회법을 오가는 대결을 이어오다, 이번 회기에는 결국 재판국을 구성하는 광경을 목격할 때는 정말 가슴이 아팠다.

이 모든 일들이 발전을 위한 진통이라면 차라리 나을 텐데, 명분 없는 주도권 다툼이거나 당사자들의 감정과잉으로 일이 지나치게 커져버린 사례가 적지 않다. 그래서 어떤 결과를 얻더라도 결국에는 모두가 패자가 되어버리는 싸움이 되고 말 전망이다. 가뜩이나 교회가 욕을 먹고, 코로나19로 다 함께 고통 받는 시대에 우리끼리 불요불급한 소모전까지 벌여야 할까.

그 사이 생활비 문제에 시달리며 속을 끓이다, 재난복구나 건축문제가 발등의 불인 지경에서 목청껏 도움을 호소하다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결국 자포자기하고 목회사역을 그만 두거나 교회 문을 닫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상생의 마당이 회복되어야 한다. 노회도, 총회도 그런 일을 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누가 더 크냐?’라는 질문에서 이젠 좀 벗어나 보자. 굳이 경쟁을 하려면 누가 더 사랑하는지, 누가 더 겸손히 섬기는지를 두고 한 번 맘먹고 다투어 보자. 주님과 교회를 위해 우리는 더 큰 희생과 손해까지 각오한 사이가 아니던가. 연대의 회복, 다른 어느 때보다 지금 바로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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