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화재 기억 털고 재건

언젠가부터 주변의 교회가 문을 닫고 사라지는 게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코로나19 이후로는 ‘교회 폐쇄’라는 사건이 아예 일상다반사로 바뀌었다. 설상가상 거기에 재난 한두 가지라도 더해진다면 연약한 공동체들은 어찌 버텨나갈 수 있을까. 하지만 생명을 다한 듯 보였던 혹독한 계절을 견뎌내고 잿더미 같은 환경에서 다시 일어서는 교회들도 있다. 이 봄, 그들이 전하는 부활의 기쁜 소식에 귀기울여보자. <편집자 주>

지난해 11월 순창 찬미교회 예배당과 사택이 화재로 무너지는 광경과 재건 현장에서 김엽 목사와 자원 봉사하는 동료 목회자들이 땀 흘려 일하는 모습.
지난해 11월 순창 찬미교회 예배당과 사택이 화재로 무너지는 광경과 재건 현장에서 김엽 목사와 자원 봉사하는 동료 목회자들이 땀 흘려 일하는 모습.

순창 찬미교회(김엽 목사)는 유난히 찬 겨울을 보냈다. 지난해 11월 12일 저녁 무렵 예배당과 사택을 한꺼번에 집어삼킨 화재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후, 김엽 목사 부부는 그야말로 황망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사모는 항암 수술 후 기나긴 투병 중이었다. 불길 가운데 옷가지 하나 건지지 못한 채로, 어린 자녀들까지 홀로 책임져야 할 상황에 처한 김 목사에게는 의지할 곳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하나님의 선하심에만 의탁할 수밖에 없었던 길고 긴 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기대와 소망은 헛되지 않았다. 안타까운 상황이 <기독신문>에 보도된 후 지인들은 물론이고, 서울 오륜교회(김은호 목사)를 비롯한 형제교회들과 평생 인사 한 번 나눈 적 없던 낯선 이들까지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예장통합 총회장인 신정호 목사는 자신의 고향지역 교회에 화재가 났다는 비보를 전해 듣고, 직접 방문해 성금 5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새해 들어서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순창에서 법무사로 활동하는 신신우 장로(광주동명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열방디딤돌선교회(이사장:라도재 장로) 전국남전도회연합회(회장:김영구 장로) 등을 통한 거액 지원이 성사된 것이다.

“뒤늦게 찬미교회 화재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파, 어떻게든 재건에 힘을 보태자하는 마음으로 선후배들에게 급히 연락하고 지원을 설득했다”는 것이 신 장로의 설명이다.

이런 뜻밖의 정성에 힙 입어 찬미교회는 드디어 예배당과 사택 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건물들은 기존 위치였던 순창군 인계면에 이웃한 구림면에 신축할 예정이다. 기공식은 4월 13일 오후 3시 전국남전도회연합회 주관으로, 총회장 소강석 목사가 설교자로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김엽 목사는 기공식을 앞두고 새로 마련한 터전 위에서 기초공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같은 전북남노회 정태원 목사(주안영생교회)처럼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와 매일 함께 땀흘려주는 동역자들이 있어 김 목사는 힘이 난다.

교회당이 완성되면 20여 명의 성도들과 다시 오순도순 예배하고 사역하면서, 다문화가족들을 섬기고 지역청소년들을 돌보는 선교비전도 본격적으로 펼쳐나갈 방침이다.

“지난 겨울 예배당이 눈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처참한 광경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아야 했던 순간에도 하나님께서 반드시 책임져주시리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 믿음으로 지탱할 수 있었고, 이제 믿음이 현실로 서서히 바뀌어가는 과정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오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아직 헤쳐가야 할 길은 멀지만 더욱 충성스러운 삶으로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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