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신학발표회들이 올해는 온라인을 이용해서 열리고 있어서 반갑다. 학회의 발표회가 기대되는 것은 오랜 시간 한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들이 통찰력있는 눈으로 사안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소식을 알리는 데 가장 빠른 것은 SNS일테고, 인터넷, 영상, 지면뉴스 등의 순일 것이다. 학술발표회는 속도로 봐서는 가장 늦는 축이고 발표 주제는 전문적이고 포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학자들이 한 분야를 다각도로 파헤치기 때문에 이들이 내리는 결론은 향후 두고두고 지면뉴스나 영상, 그리고 인터넷 뉴스나 SNS의 향방에 영향을 끼친다.

과거 학술발표회는 교회나 강의실을 빌리고, 자료집을 인쇄하고, 발제자들이 자리를 잡으면 시작했다. 최근 온라인 학술발표회에서는 물리적인 공간이 사라졌다. 강사들은 강의실이나 연구실, 또는 자신의 집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두꺼운 자료집도 없어졌다. 자료집을 담을 때 주는 에코백도 사라졌고 이름표도 필요없게 됐다. 한참 강의를 듣다가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면 나이 지긋한 은퇴교수도, 카리스마 있는 중견 교수도, 학위 과정 중에 있는 학생도 똑같은 크기의 화면 속 네모난 박스에 상반신만 드러내고 앉아 있다. 모두가 평등하게 자기 의견을 낼 것 만 같다.

이 시대의 학회는 가장 느리고 시의성이 없는 주제를, 가장 빠르고 즉각적인 매체를 이용해서 진행하기 시작했다. 아직 이런 풍경이 낯선 것은 우리가 빠르고 일방적이고 자극적인 소식들에 둘러싸여 살기 때문이다. 찬찬히 살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엉터리 뉴스인데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뉴스가 비난하는 대상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을 볼 때 안타깝다. 영화 <조조 래빗>의 원작 <갇힌 하늘>을 쓴 크리스틴 뢰넨스는 “거짓말이 위험한 것은 그것이 진실이 아니며, 그리하여 현실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그 거짓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서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학술발표회가 온라인의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진실의 무게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