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한 목사(대율교회)

배용한 목사(대율교회)
배용한 목사(대율교회)

7년 전 대율교회로 청빙을 받고 이사하던 날이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시골 교회 목회라 낯선 마음으로 도착하니, 교회 마당에는 성도들이 이삿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 달 동안 담임목사 부재로 텅 비었던 사택에 이삿짐이 도착하니, 기다리던 성도들이 반갑게 환대해 주었다.

첫 만남이 서먹할 텐데도 먼저 말을 걸어주는 성도들로 인해 편하게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적막했던 교회 마당은 오랜만에 시끌벅적 활기를 찾았고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왔다.

이삿짐 인부들이 짐을 옮기는 동안 새로 온 목사에 대해 호기심이 컸던 지, 궁금한 점에 대해 묻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간에 교회에 있었던 이러저러한 일들을 소상하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났지만 내 마음에 잔상으로 남아서 잊히지 않는 성도들의 고백이다. “교회에 목사님이 계시지 않는 여러 달을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루를 시작해도 기운이 하나도 없고, 차려준 밥상도 입맛이 없어서 물린 적도 많고, 들에 가서 일하려 해도 일손이 잡히지 않아 하염없이 교회를 쳐다본 날이 많았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불 꺼진 사택을 보고 집에 오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오늘 목사님께서 우리 교회에 오시고 이사한다는 소식에 밥맛도 돌아오고 간만에 단잠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고백을 하시면서 거친 손으로 내 손을 덥석 잡으며 눈물을 글썽이던 성도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대율교회 장로님은 “담임목사님 계시지 않는 동안 매일 저녁 성도들이 예배당에 올라와서 신실하신 목사님 우리 교회에 보내 달라고 눈물로 기도했다”는 말씀에 눈시울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모른다. 여러 해가 지났지만 예배 인도와 설교하러 강단에 설 때마다 그 뜨거웠던 눈물의 자리를 기억하며 선다.

이삿짐을 다 옮기고 교회에서 간식으로 준비한 찰떡을 나눌 때였다. “우리 목사님 시골 교회에 찰싹 붙어 있으라고 찰떡을 했다”는 말에 모두가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시간이 꾀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들로 성큼 다가온 새봄을 정겹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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