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여성이사 선임에 교단 내부서 ‘정체성 훼손’ 반발 거세
‘정이사 체제 전환 후 교단소속 이사가 사태수습’ 무게 실려

지난 2월 22일 사분위가 선임한 총신대 정이사 명단이 공개되자, 교단 내부에서 커다란 반발이 일어났다. 사분위가 교단 소속이 아닌 여성이사 3명을 선임한 것에 대해 총신대의 설립이념을 훼손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소강석 총회장은 2월 24일 총회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교단을 대표하여 입장을 내놓았다.

소강석 총회장이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분위의 정이사 선임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소강석 총회장이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분위의 정이사 선임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소강석 총회장은 “사분위가 교단 소속이 아닌 여성이사를 총신대 정이사로 선임한 것은 총회의 정체성을 비롯해 교단 헌법과 총신대의 설립이념과 정관에도 위배된다”면서, “현재 총신대의 정관에서 재단이사를 성경과 개혁신학에 투철한 목사와 장로로 국한하고 있는데, 이번에 교육부가 추천하고 사분위가 선임한 교단 외부 이사는 목사와 장로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소강석 총회장은 최근 사학재단 이사 선임에 있어 성비균형을 고려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여성이사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총신신대원 원우회도 23일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와 사분위가 교단 소속이 아닌 정이사를 선임한 것은 법을 거스르는 잘못된 행동”이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제시했고, 사분위에 해당 3인의 정이사 선임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총신대학교 교수협의회 또한 “교육부는 총신대의 설립목적과 정체성, 정관에 부합하는 인사들을 정이사 후보로 다시 추천하고, 사분위는 이를 보선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교단 일각에서는 사분위의 결정을 반대하는 차원에서 교단 추천으로 선임된 12명 전원이 정이사직을 고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교단 소속 12명이 정이사직을 고사할 경우, 현 임시이사들이 임기가 연장되거나 긴급처리권을 받아 학교를 계속 운영하게 된다. 12명 중 일부가 정이사직을 고사할 경우 사분위가 결원을 충원한다면 교단 몫만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사분위와 교육부가 주도권을 쥐는 형국이 이어지는 셈이다.

사분위 관계자는 “임원취임승인 전에 정이사직을 고사한다면 학교 정상화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사분위가 결원을 충원해 교육부에 통보할 수 있다”면서, “(정족수 이상이) 정이사직을 고사한다면 이사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이사를 다시 보내거나 현 임시이사에게 긴급처리권을 줘 학교를 운영하게 하는 방안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단 정이사 체제로 전환 후, 재단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할 교단 소속 이사들이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소강석 총회장은 “나는 진정으로 마음을 비웠고 정이사직을 고사할 용의도 있지만, 전원이 고사하는 게 최선의 길인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 “12명 전원이 고사하면 임시이사 임기가 연장되고 사분위와 교육부가 총신에 대한 주도권을 계속 쥐게 된다. 교단 신학교에 임시이사를 들어오게 한 것도 잘못이지만, 지금도 임시이사 체제를 고집하면 더 최악으로 갈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총신신대원 원우회도 “교단 추천으로 정이사로 선임된 분들은 교단의 헌법과 총신 정관과 정체성에 문제될 게 없다”면서, “일단 12명의 정이사들이 이사회에 들어가 임시이사 체제가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총신대학교 교수협의회 역시 “교단 소속이 아닌 정이사 3인의 문제는 선결되어야 하지만, 정이사가 선임된 현재 상황에서는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학교의 혼란을 방지하는 길이다”고 밝혔다.

한편 총신신대원 여동문회(회장:이영례 전도사)는 26일 ‘총신대와 합동교단은 여성이사를 수용하라’는 성명서를 통해 “총신대와 총회는 교육부의 성비균형에 대한 권고를 받아들여, 대한민국의 대학교로서 책임감 있고 상식적인 태도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총신신대원을 졸업하고 교단에서 사역하는 훌륭한 여성들이 있다. 정관을 수정하여 여성도 이사가 될 수 있는 길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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