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손주 자랑하려면 1만원을 내라는 것이 사회통념처럼 되어있음에도, 그래도 손주 자랑을 해대니 손주 자랑 값이 2만원으로 올랐다. 심지어 요즘은 1만원을 줄테니깐 내 앞에선 자랑하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한다. 물론 정말로 듣기 싫어서 하는 말은 아님을 안다. 어쨌든 아들딸 키울 때와는 다른 맛이 있다는 것이다.

난 아직 손주가 없다. 그런데 손주를 본 친구 목사들의 스마트폰을 보면 대부분 손주들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베이비붐시대 사람으로 고생 안 한 사람이 거의 없다. 아들딸 키우는 것조차 여유가 없었다. 이제 좀 살만한 시대를 만나 삶의 여유를 누려볼까 했더니 벌써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다. 그러던 중에 손주가 생긴 것이다. 그러니 끝까지 고생만 하며 사는 것 같다. 그러나 손주로 인하여 그동안 힘들었던 모든 삶을 보상받는 듯하단다. 마음껏 사랑해줘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사랑을 베풀며 행복해하는 것이다.

며칠 전, 어떤 목사님을 만났다. 그런데 여섯살 난 손자가 유치원에서 훌라후프 대회를 했는데, 지금까지 여자아이들이 우승했던 종목에 손자가 우승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훌라후프 두 개를 돌렸단다. 그뿐 아니라 훌라후프를 돌리다가 옆에 우승을 놓고 경쟁하던 여자 친구가 먼저 죽자, 자기가 돌리던 훌라후프를 탁 잡더니 여자아이를 위로해줬다는 것이다.

우리 교회 권사님들 가운데 어깨의 회전근개 파열로 수술받으신 분들이 더러 있다. 무거운 줄 모르고 손주를 안아주었다는 것이다. “목사님은 더 하실걸요?”라며 깁스한 팔을 붙들고 행복해한다. 어깨를 깁스해도 행복한 손주 사랑이다.

깁스하신 하나님? 요즘 내가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날들을 떠올려본다. 특히 목회하면서 감당해야 했던 어려움들을 되짚어본다. 그때마다 날 안아주셨던 하나님. 지역 노회로 옮기다가 힘들어할 때 나를 안아주신 하나님. 조합으로부터 보상받아 좀 넓은 땅을 사서 교회 건물을 지으려다가 어려움 당했을 때 나를 안아주신 하나님. 교회 재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를 안아주신 하나님. 그리고 예배당을 짓다가 큰 어려움으로 힘들어할 때 나를 안아주신 하나님.

거기다가 내가 좀 무거운 놈이었어야 말이지. 머리는 돌이지, 몸은 물 먹은 걸레마냥 축 처져있지, 푹 안기지 않고 뻣뻣하게 버티고 있지, 안 무거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하나님은 무거운 줄도 모르고 나를 안아주셨다. 마치 손주를 안아주는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지나고 보니 그저 그 사랑이 감사할 따름이다. 난 하나님을 깁스하시게 한 철부지였던 것 같다. 그래도 난 깁스하신(?) 하나님이 좋다.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손자와 같이.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