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사건’ 15년 자료집 펴낸 김용목 목사
인권침해서 변화 이끌어낸 기록 420쪽에 담아

‘도가니’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인화학교 사건 이후 15년간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장애인선교단체인 ‘실로암사람들’ 대표이자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상임대표를 지낸 김용목 목사(고흥보성노회)가 주도하여, <활짝 피어라 사람 꽃>이라는 제목을 단 420쪽짜리 자료집에 각종 관련 기록들을 한데 엮은 것이다.

이 사건은 청각장애인 교육시설인 광주인화학교에서 2000년부터 약 5년 동안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에 의해 남녀학생들이 성폭행을 비롯한 온갖 폭력에 시달린 일들을 통칭하는 것으로, 공지영 씨의 소설 <도가니>와 이를 영화화한 동명의 작품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인화학교 사건 15년간의 기록들을 한 권의 자료집으로 엮은 <활짝 피어라 사람 꽃> 출간에 앞장선 광주 실로암사람들 대표 김용목 목사.
인화학교 사건 15년간의 기록들을 한 권의 자료집으로 엮은 <활짝 피어라 사람 꽃> 출간에 앞장선 광주 실로암사람들 대표 김용목 목사.

김용목 목사는 사건 발생 직후 대책위원회에 참여해 피해 학생들의 편에 서서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앞장섰다. 특히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피해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보금자리와 ‘카페홀더’라는 이름의 생계터전을 마련해주는 한편, 인화학교 폐쇄 후 그 부지가 장애인복지시설로 전환되도록 힘쓰는 등 후속처리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오랫동안 인화학교 내부에서 자행되어온 비리와 인권탄압의 실상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책임자들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과정이 진행됐다.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도가니법’이라고 불리는 성폭력특례법,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이루어진 것도 적잖은 성과로 손꼽힌다.

<활짝 피어라 사람 꽃>에서는 15년 간 발표된 수많은 성명서와 보도자료 및 활동사진 그리고 사건 이후 발표된 정부 대책과 결정문 등을 통해 피해학생들과 대책위원회가 함께 치러낸 치열했던 시간들의 흐름을 생생히 엿볼 수 있다.

또한 대책위원으로 참여한 장헌권 목사의 서시 두 편, 사건의 제보자이자 당시 인화원 생활교사였던 전응섭 씨의 회고록, 광주장애인부모연대 정순임 씨의 소감문 등 현장 활동가들의 이야기도 함께 실려 단순한 사실 기록 너머의 아픔과 감동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실로암사람들은 인화학교 사건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인권활동가들이 인권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지난 가을 이번 자료집 발간을 추진하면서, 사건 당시 재학생 동문 교사 학부모 대책위원 등 사태해결을 위해 연대했던 이들과의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김용목 목사는 ‘생애 가장 치열했던 순간들’이라는 글을 이 책에 수록하며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아픔을 알고도 모른 체 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으로 나서게 됐다고 회상했다. 또한 “도가니 사건은 암울한 인권침해 사건을 넘어서 장애인권 투쟁과 승리의 사건”이라면서 이 자료집이 전국의 유사사건 처리에 참고가 되기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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