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함 구별했던 음식규례 정신 여전히 유효”

장세훈 교수 “레위기, 이스라엘 거룩한 백성과 제사장 나라 사명 구체화”

‘잘 먹고 잘사는 법’은 현대인의 웰빙을 위해 필수적인 지식이며 트렌드가 됐다. 성도들 가운데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무언가 빠진 것은 없을까?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가 1월 18일 ‘성경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를 주제로 오픈강좌를 진행했다. 이날 장세훈 교수는 ‘구약의 부정한 음식 먹어도 되는가?’를 주제로 강의하며 오늘의 성도들은 “무엇을 먹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먹을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레위기 11장 음식법에 대한 여러 학설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구약 음식법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적용을 시도했다.

시내산 언약 장면.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과 언약을 맺으시고 거룩하라고 명령하셨다. 또 거룩을 위한 여러 규례들을 제시하셨다.
시내산 언약 장면.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과 언약을 맺으시고 거룩하라고 명령하셨다. 또 거룩을 위한 여러 규례들을 제시하셨다.

레위기 11장 음식법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오랜 논쟁이 있었다. 첫 번째 접근은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을 구분하신 하나님의 의도를 건강과 연결시키는 해석이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는 선모충을 옮기는 짐승이며, 연체류는 박테리아에 많이 노출된 공간에 서식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모든 음식이 허용되는 신약의 관점과 충돌하는 한계점이 있다. 

두 번째 접근은 부정한 짐승이 이방제사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해석이다. 예를 들면, 고대근동의 제사의 터에 돼지 뼈가 많이 발굴된 점에 근거하여 돼지가 이방제사의 제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부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한 동물로 여겨지는 소도 이방의 제물로 사용된 점을 감안해 볼 때, 이런 입장은 수용하기 힘들다.

세 번째 접근은 정함과 부정함을 영적으로만 해석하는 알레고리적 접근이다. 되새김질을 말씀을 묵상하는 거룩한 백성의 특징으로 보며, 지느러미를 하나님을 향하는 거룩한 백성의 방향성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정함과 부정함의 모든 특징들을 영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한계를 갖는다. 더 큰 문제점은 이런 영적인 해석이 본문 자체의 문맥에서 탈피하여 지나친 주관주의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네 번째 접근은 땅의 저주와 연결시키는 해석이다. 키우치가 제안한 이 해석은 창세기 3장의 타락 이후 땅의 저주로 인해 땅과 밀접하게 접촉되는 짐승일수록 부정하게 간주된다고 본다. 그러나 땅과 접촉이 많지 않은 짐승들도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는 점은 이런 해석의 정당성을 약화시킨다.

다섯 번째 접근은 음식 법을 문화인류학으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이 입장은 메리 더글러스가 제시한 해석으로서 창조의 제일 중요한 세 영역인 하늘, 바다, 땅의 생활양식에 가까울수록 정한 동물로 간주되며, 그 반대일수록 부정한 동물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계와 상관없는 동물의 특징들(예를 들면, 되새김질의 경우)은 매우 설명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윤리적 접근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레위기의 권위자 밀그롬이 이런 접근을 선호하는데, 동물의 살상을 제한하기 위해 음식법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음식 종류의 제한이 살상 제한의 효과를 가져다주는지는 미지수이며, 정한 제물조차도 살상을 허용하는 제사법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해석의 다양함을 소개한 후 장세훈 교수는 “레 11장의 음식법의 의도는 레 11장 자체의 맥락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식법이 등장하는 레 11장의 마지막 단락에서 하나님은 자신을 출애굽의 하나님으로 소개하며, 자신의 거룩성을 강조하셨기 때문이다.(레 11:45)

장 교수는 “이것은 음식의 규례가 출애굽의 사건과 연결이 되며, 특별히 여호와의 거룩성과 결부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실로 여호와의 거룩성이 언제 강조되는가? 출애굽 사건 이전에 여호와는 모세 앞에서 거룩하신 하나님으로 임재하셨다. 그리고 여호와가 임재하신 시내산도 거룩한 공간으로 구별되었다. 이 거룩하신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하신 이유는 그의 백성들도 거룩한 백성과 제사장 나라로 구별하기 위해서였다(출 19:6)”라고 풀이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스라엘의 거룩한 백성과 제사장 나라로서의 사명을 구체화시키는 책이 바로 레위기”라고 강조했다.

레위기 전반부(1~16장)는 제사를 통한 거룩을 강조하는 반면, 후반부(17~27장)는 삶을 통한 거룩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음식 법은 부정한 이방백성들로부터 이스라엘을 거룩한 백성으로 구별시켜주는 신학적 정체성의 표지로 작용하였다. 장 교수는 “거룩한 백성이냐 부정한 백성이냐의 문제는 무엇을 먹느냐에 달려 있었다”면서 “그러나 신약의 시대는 이런 음식법의 기능이 더 이상 문자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수님은 입으로 들어가는 식물은 깨끗하다 선언하시며, 음식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부정하다고 선언하셨다.(막 7:18~23) 고넬료에게 향하던 베드로의 환상(행 10:11~15)은 구약의 음식법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오직 믿음만이 거룩한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증해 준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결론적으로 장 교수는 “그러므로 구약의 음식 법은 더 이상 문자적으로 지킬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한 백성들의 삶의 방식과 구별을 강조했던 음식 규례의 정신은 오늘 현시대에도 여전히 적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벧전 1:15~16)

한편 ‘요한계시록의 숫자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제목으로 강의한 권해생 교수는 “계시록을 통해 우리가 적용해야 할 것은 핍박 중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인내해야 할 것과 세상의 화려하고 큰 것이 아니라 거룩하고 깨끗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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