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가교회, ‘동네상권 살리기’ 캠페인 리플릿 배포
“지역과 적극 소통하며 이웃사랑 작은 실천 앞장”

예가교회는 작은 상가교회이지만, 이웃과 소통하는 건강한 교회를 꿈꾸고 있다. 교인들이 주일학교 아이들을 축복하고 있다.
예가교회는 작은 상가교회이지만, 이웃과 소통하는 건강한 교회를 꿈꾸고 있다. 교인들이 주일학교 아이들을 축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교회들이 움츠러드는 가운데, 지역을 섬기는 마음으로 신선한 시도를 한 교회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 녹번동에 위치한 예가교회(조경민 목사). 

2019년 설립된 예가교회는 주일학교 아이들을 포함해 교인이 25명 정도 되는 작은 상가교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여느 교회와 마찬가지로 모이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목사 사례비는 고사하고 한 달에 120만원이나 되는 임대료를 내기도 부담이었지만, 조경민 목사는 마냥 움츠러들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상가들을 소개하는 6쪽짜리 리플릿 1500장을 만들어, 지난 연말 교회 근처 지하철역과 동네를 오가는 행인들에게 배포한 것이다. 리플릿에는 빵집, 세차장, 커피숍, 오토바이가게, 식당, 탁구장 등 7개 가게를 소개하는 글이 예쁜 디자인으로 소개됐다. 리플릿에 적힌대로 ‘우리 동네 상권 살리기’ 캠페인이었다.

조경민 목사가 동네 가게들을 소개하는 리플릿을 지역 주민들에게 나누고 있다.
조경민 목사가 동네 가게들을 소개하는 리플릿을 지역 주민들에게 나누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주변을 돌아보니, 우리 교회만 어려웠던 것이 아니더군요. 늘 웃으며 인사하던 이웃들, 제가 자주 가던 단골집들이 코로나 때문에 많이 지치고 힘들어 하더라고요. 동네 상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리플릿을 만들어서, 핫팩과 함께 행인들에게 나눠드렸어요. 연말 결산에서 구제비가 50만원 정도 남았기에, 그 돈으로 리플릿을 만들었죠.”

조 목사는 “작은 교회지만 공교회성을 기억하며, 이웃 섬김을 실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 동네 상권 살리기 캠페인은 리플릿에 실린 가게 주인들과 보다 깊이 소통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네 가게를 애용하던 조 목사였기에, 가게 주인들과는 평소에도 친밀한 관계였지만, 리플릿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는 주인들과 두세 시간씩 각별한 교제를 할 수 있었다. 그는 “별거 아니지만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했고, 목사다운 목사, 교회다운 교회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캠페인 효과가 얼마나 컸는지는 모르지만, 가게 주인들과 더 가까워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경민 목사는 예가교회가 지역 주민들에게 교회다운 교회로 다가가기를 염원하고 있다.
조경민 목사는 예가교회가 지역 주민들에게 교회다운 교회로 다가가기를 염원하고 있다.

조 목사와 예가교회는 리플릿 제작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이웃과 함께 하고 있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이웃들과 나누고, 절기 때에는 단골 가게에서 떡이나 빵을 사서 나눴다. 코로나가 심할 때는 마스크를 돌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말도 안 섞으려 하시던 분들이 이제는 친절하게 맞아주시고, 편하게 이야기를 건네주세요. 한 커피숍 사장님은 ‘목사님, 교회 프린터 좀 쓸게요’ 하고 스스럼없이 다가오시더라고요. ‘교회를 너무 싫어했었는데, 예가교회는 좀 다른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감사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어요.”

조 목사가 이웃 섬김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쏟는 것은, 많은 지역교회들이 하나님 사랑은 많이 강조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웃 사랑에는 관심이 적고 실천도 적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2017년에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내면서 많은 교단 어르신들이 개혁을 이야기하시면서 공교회성을 강조하시더라. 공감이 됐다.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고백하는 교회들은 교회 규모나 크기에 구분 없이, 하나 같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한다”며 “많은 교회들이 그렇지를 못해 이기적인 집단으로 취급받고, 사회에서 신뢰를 잃어가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이웃을 섬기는 것과 함께 전도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가족 3명과 함께 시작한 개척교회이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었다. 기도 끝에 시도한 것이 버스킹. 2019년 여름부터 매주 목요일 밤, 교회 근처 역촌역 앞 작은 광장에서 거리공연에 나섰다.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잔잔한 대중가요를 부르고, 사람들이 모이면 제가 꼭 전하고픈 메시지를 전했어요. 그 후에는 찬양을 불렀죠.”

보통 1시간 정도 걸리는 버스킹이었지만, 때로는 2시간이 훌쩍 넘을 때도 있었다. 버스킹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신앙상담을 해주고, 기도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났다. 코로나19로 지난해 3월 이후부터는 버스킹을 못했지만, 조 목사는 버스킹이 복음을 전하는 새로운 방법이자, 많이 위로받고, 위로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매월마다 생일을 맞은 교인들과 함께 축하의 시간을 갖고 있다.
매월마다 생일을 맞은 교인들과 함께 축하의 시간을 갖고 있다.

“총신신대원을 다닐 때 호스피스 동아리 활동을 3년 동안 한 적이 있어요. 복음을 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한번은 시험기간이라 봉사를 못 갔어요. 다음 주에 갔더니 이미 돌아가셨더라고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조 목사는 그때의 기억이 버스킹이며, 이웃을 섬기는 일이며, 자신의 목회 사역에 중요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한 기독교방송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을 인도했을 만큼, 어린이 사역에 달란트가 있는 조 목사는 앞으로는 주일학교 사역에 좀 더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예가 스카우트’란 이름의 차별화된 주일학교 운동을 펼쳐, 하나님 앞에 순종하고, 바른 인성과 예절을 갖춘 다음세대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목사는 “이미 유니폼도 만들었다. 코로나로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먼저 시행하려 한다”며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조 목사는 또 예가교회를 지역교회로 세워주신 하나님의 목적을 기억하며, 이웃들에게 참된 행복을 전할 수 있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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