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율 목사의 사진묵상-성령의 열매]

교인 중에 집에서 기른 콩나물을 시장 한구석에서 파시던 연세 많은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허리가 구부러져 걷기도 힘들어 하시고, 몸도 성치 않아 자녀들은 이제 그만하시라고 몇 번이고 말씀드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 예배 후에 아무 말 없이 꼬깃꼬깃 접은 1000원짜리 몇 장을 내 손에 쥐어 주면서 환하게 웃고 행복해 하시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것은 내가 교인에게 받았던 선물들 중에 사랑이 가장 물씬 담긴 귀한 선물이다.
선물 자체가 비싸고 귀한 것이 아니더라도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라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선물을 받고 기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아침마다 내가 필요한 것들을 선물로 받는다면 매일의 삶이 기쁠 것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받다보니 선물을 선물로 생각하지 못하고, 감사하는 마음 대신 오히려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생긴다. 마치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날마다 하늘의 만나를 공급받고도 감사하지 않고 “고기를 주어 먹게 하라”(민 11:4)고 불평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성경에는 선물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게 바로 동방박사의 선물일 것이다. 그들이 아기 예수께 바친 것은 황금, 유향, 몰약이다. “엎드려 아기께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니라”(마 2:11) 황금은 왕이신 예수님을, 유향은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몰약은 사람으로 죽으실 예수님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화가 이중섭이 어느 날 병든 친구에게 작은 도화지 한 장을 건너면서 “자네가 좋아하는 복숭아”라고 말했다. 가난한 화가가 복숭아 사줄 돈이 없어서 대신 그림을 그려 선물한 것이다. 돈이 있어야만 선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소중한 시간과 땀과 마음을 담아 전할 때 가장 좋은 선물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기 예수의 탄생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나 같은 죄인을 사랑하사 베풀어 주신 선물 중 최고의 선물이다. 하나님께로부터 최고의 선물을 받은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선물할 수 있을까?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마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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