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 성탄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교회에서 함께 모여 성탄의 기쁨을 나누는 일도 올해는 불가능하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모두 혼란한 가운데 맞이할 아기 예수의 탄생, 2000년 전에도 그랬다.

성격은 다르지만 예수께서 이 땅에 태어나실 당시 시대적 상황 역시 혼돈 그 자체였다. 예수께서는 그렇게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good news)이 되셨고 암흑과 같던 그 땅에 희망의 빛이 되셨다. 어찌 보면 오늘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땅에 성탄이 갖는 의미 또한 그때와 같은 간절함이 아닐까 싶다.

물론 교회에서 성탄을 기념하고 예배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연일 최다 확진자를 기록하며 국민 모두의 일상이 무너지고 상처와 고통, 절망의 순간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또다시 대면예배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성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듯해 아쉽다. 가뜩이나 연일 교회 내 집단 감염 소식이 잇따르는 와중에 이같은 모습이 Good News가 아닌 Bad News로 세상에 전달될까 우려된다.

예수께서 절망과 어두움에 빠진 이 땅에 희망의 빛이 되시기 위해 오신 것이 성탄의 참된 뜻이라면 제자 된 우리도 이 땅의 아픔과 고통에 반응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그것이야말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삶으로 전하는 그리스도인의 참된 모습이지 않을까. 그때에야 비로소 성탄이 모두의 기쁨과 소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할 것이 있다. 예수께서는 그리스도인들만이 아닌 모두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성탄의 기쁨은 교회에서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할 기쁨인 것이다. 캐럴이 울려 퍼질 곳은 교회 내부만이 아니며 무엇보다 생명의 희망의 빛이 향할 곳은 교회 밖 세상이다. 2000년 전에도 그랬듯, 팬데믹으로 고통을 겪는 2020년 성탄절에도 아기 예수의 탄생 소식이 참 소망과 기쁨이 되기를 바란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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