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회기 넘겨 갈등 빚는 순천노회 순동교회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순천노회와 순동교회 사건이 수년째 해결되지 못하고 있어 모두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위 사진은 2019년 열렸던 순천노회 제143회 가을정기회 모습.
순천노회와 순동교회 사건이 수년째 해결되지 못하고 있어 모두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위 사진은 2019년 열렸던 순천노회 제143회 가을정기회 모습.

교회 안에는 늘 크고 작은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한 교회 내에서 생긴 문제에 노회가 개입하고, 그로 인해 노회가 갈등하게 되자 총회가 관여하면서 전 총회적 사건으로 발전된 분쟁이 순천노회 순동교회 사건이다. 2018년 표면화된 사건이 해결되지 못한 채 제105회기로 넘어왔고 화해중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새회기를 맞아 사건 당사자들인 순천노회 양측의 시각과 희망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순동교회 사태 어떻게 흘러왔나

2003년 무렵, 지방 소도시의 한 교회가 교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50대 집사 한 사람이 불과 1년 사이에 상상하기도 힘들만큼 엄청난 수의 이웃을 전도하는 열심을 보여주며 화제가 된 것이다. 당사자인 박○○ 집사는 ‘△△△전도왕’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얻었고, 더불어 그가 출석하는 순천 순동교회 역시 유명세를 탔다.

세월이 흘러 전도왕은 장로로 임직했고, 순동교회는 리더십 교체와 소속 노회 이동 등 몇 가지 변동을 겪으며 사역을 이어왔다. 최근까지도 박 장로가 유력 언론사와 함께 전도세미나 강사로 왕성하게 활동해왔기에, 다들 별 문제가 없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약 5년 전부터 순동교회가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조금씩 흘러나오며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됐다. 급기야 작년에는 노회 차원에서, 올해에는 총회 차원에서 순동교회 관련 사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며 관련 내용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사태의 발단은 2015년 당시 순동교회를 담임하던 문○○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하고 예우하며, 후임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사안에 대해 교회 일각에서 반발이 일어났고, 재산매각과 관리 그리고 당회록 위조 등의 의혹들이 잇달아 제기됐다.
그 결과 2018년 5월 일부 장로들이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며, 원로목사의 후임으로 부임한 새 담임목사까지 사임하는 선에서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결과적으로 서막에 불과했다. 순천노회에 순동교회 건과 관련된 고소가 접수되면서 그 동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순동교회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의 권한 남용과 불법이 있었다는 게 고소의 요지였고, 그 핵심으로 전도왕 출신의 박○○ 장로가 지목되었다. 박 장로는 순동교회 사태가 시작된 이후 자체 감사위원장직을 맡는 등 오랫동안 주도적 역할을 해오며 주목을 받았다.

이제 분쟁의 무대가 당회에서 노회로 옮겨왔다.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2017년 순동교회가 여수노회에서 순천노회로 소속을 옮기는 과정에서부터, 당시 사태를 바라보는 노회원들의 시선은 크게 엇갈렸다. 박 장로를 순동교회 사태를 해결한 공로자로 보는 이들과, 전횡을 일삼으며 반대 측 교인들을 교회 밖으로 내몬 파괴자로 보는 이들이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없었다. 노회 정기회는 물론 수차례 열린 임시회 석상에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임시당회장을 여러 차례 파송했으나 대부분 얼마 버티지 못한 채 사임할 만큼 분위기가 격렬했다. 하지만 결국 노회 임원들을 중심으로 ‘박 장로 책임론’ 쪽에 다수 노회원들의 뜻이 모아졌다.

사직서를 내고 교회를 떠났던 장로들이 교회로 다시 들어오고, 박 장로를 피고로 하는 치리회 성격의 임시회가 소집되며, 공동의회를 통해 담임목사 청빙절차를 밟으라는 노회의 지시가 내려지는 등 여러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박 장로는 지난해 12월 제104회 총회 임원회에 순동교회 건을 화해중재위원회에 회부해 주도록 청원했다.

총회임원회가 이 청원을 받으면서 갈등의 무대는 총회로 바뀌었고, 분위기 또한 반전되기 시작했다. 노회의 처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총회임원회는 순천노회를 향해 순동교회에 대한 행정을 중지하고, 화해중재위원회의 지시를 받도록 통보한 것이다.

이즈음에 <기독신문>에는 순동교회 사태에 입장을 달리하는 양측의 성명서 공방이 시작되었고, 여러 사설언론과 정치권 인사들에 장로회연합회까지 논란에 뛰어들면서 대결 양상은 점점 더 확대됐다.

특히 올 봄 순천노회 제144회 정기회에서 선출된 노회장 김원영 목사 등 새로운 임원회에서도 총회임원회와 화해중지위원회의 지시가 부당하다며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동안, 기존 임원들의 순동교회 처리 방식에 대립각을 세워온 노회원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결국 올해 8월 4일 비상대책위원회 주도의 임시회를 통해 허길량 목사를 노회장으로 하는 임원조직이 이루어졌고, 제104회기 총회임원회는 이를 인준했으며 앞서 김원영 목사 측 임원들의 직무를 정지하는 조치도 내렸다.

허길량 목사 측은 현 상황의 책임이 기존 순천노회 임원들에 있다며 “총회의 행정지시를 따르지 않겠다고 거부하고 불복하는 망령된 행실을 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제105회기 총회 임원회와 화해중재위원회가 저들의 거짓 선동에 휘말리지 말고 반드시 문서에 의한 증거를 바탕으로 불법 행위에 대하여 바르게 판단하고 처리”해야 한다며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원영 목사 측은 “순동교회 문제는 담임목사 청빙과정에서 일어난 불법 부당한 일들에 있다”면서 박 장로의 근본책임을 강조한다. 순천노회 사태에 대해서도 “총회임원회와 화해중재위원회가 권한을 남용해 노회 고유권한 행사와 행정에 부당한 간섭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제105회 총회 회기 내에는 모든 상황이 정상화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순동교회 사태 이전까지는 어떤 문제라도 타협과 화합 속에 잘 해결해왔던 순천노회가 예전의 화목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순동교회는 열심히 전도하며 복음을 선포하던 영광의 시대를 재현할 수 있을까. 먼저 상대를 향한 적개심을 내려놓고, 서로의 공통분모를 최대한 발견하는 데서부터 희망도 되찾게 될 것이다.

김원영 목사 측(왼쪽), 허길량 목사 측(오른쪽) 관계자들.
김원영 목사 측(왼쪽), 허길량 목사 측(오른쪽) 관계자들.

사태 해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다시 해를 넘기고 있는데, 순동교회는 물론이고 순천노회마저 사실상 양분된 상태에서 근본적인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관련자들 사이에 사회법과 교회법을 두루 동원한 분쟁이 거듭되며, 주변에서는 순동교회 사태 장기화로 인해 전도의 길이 막히고 교회의 거룩성이 훼손된다는 불만이 그치지 않는다.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가장 먼저 해결할 과제는 순동교회 담임목사 청빙을 정상적으로 완수하는 일이다. 청빙작업의 주도권을 당회와 공동의회 중 누가 갖느냐, 청빙절차를 이끌어갈 임시당회장을 누구로 세우느냐라는 문제로 계속 평행선을 달리는 한 타협의 실마리는 찾기 불가능해 보인다.

오직 공교회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대전제 아래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기준을 하나씩 맞추어 가다보면 합의 가능한 틀도 만들어 질 것이다. 오랜 불화와 강단의 공백으로 고통 받는 성도들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일단 다른 모든 조건들은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해결할 과제는 순천노회에서 더욱 증폭된 갈등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 일이다. 제104회 총회 임원들이 원칙과 절차를 앞세워 순동교회 사태를 다루면서 ‘순천노회는 하나’라는 입장을 강력히 견지한 데 비해, 이번 회기에는 조금 달라진 기류가 느껴진다.

현 총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결국 노회 분립으로 결론이 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밝혔다. 분쟁 당사자 양쪽 모두 총회의 소중한 일원이자 자산이기에 잃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미 단기간에 봉합하기 힘든 상처를 서로가 주고받으며 신뢰가 깨진 이상, ‘하나의 노회’라는 원칙만을 밀어붙이는 것만이 현명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계산도 있다.

아직까지 허길량 목사 측에서는 “순천노회는 사실 분쟁노회가 아니며 하나의 노회가 있을 뿐”이라고 분립불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차제에 당회에 대한 노회의 지도, 노회에 대한 총회의 지도 한계를 분명히 설정해서 이번 순동교회 사태처럼 개 교회 문제가 노회와 총회의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일을 막자는 견해도 있다.

순동교회 사태 초창기에 당회와 노회가 각자의 담당 영역을 잘 지도하여 문제들에 대처하고, 총회에서도 노회의 고유 권한을 존중하는 가운데 해결방안을 찾았더라면 현재 이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여러 시비들의 파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제104회 총회임원회와 화해중재위원회는 몇 가지 심각한 분쟁 사례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성과를 내며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제105회 총회 회무 중에는 감사부 보고에서 순천노회 건에 대해 화해 중재를 넘어선 개입이 있었음이 지적됐고, 재판국 보고에서는 화해조정위원회가 사실상 재판기능까지 행사하려 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각종 분쟁과 관련해 총회임원회와 화해조정위원회에 주어지는 권한과 역할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다시 세워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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