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초창기부터 철저한 방역, 확진자 0명 유지
성도 자발적 헌신 바탕, 위기 처한 이웃돕기 진력

정읍성광교회는 코로나19 사태 초창기부터 철저한 방역으로 현재까지 확진자 제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정읍성광교회는 코로나19 사태 초창기부터 철저한 방역으로 현재까지 확진자 제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상황 앞에 선 교회들 대부분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사역과 안전 중 무엇을 더 우선순위에 두느냐를 놓고 우물쭈물하다 어느 쪽도 제대로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정읍성광교회(김기철 목사)는 다행히도 지금까지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잘 잡아냈다.

팬데믹이 본격화된 이후 12월이 될 때까지 정읍성광교회에서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초창기부터 출입구에 발열체크기를 설치하고, 강단에는 아크릴막을 세우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꾸준히 방역지침을 준수한 결과이다.

성도들의 협력도 대단했다. 전국적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허연수 집사는 자신의 공장을 가동해 생산한 마스크 6000장을 교회에 기부했다. 그 뒤를 이어 여러 중직자들이 연달아 수백 장 씩의 마스크를 기증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교우들에게까지 방역마스크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었다. 오히려 교회당에 비치하고 남는 마스크를 해외 선교지에 보내기도 했다.

고립된 생활을 하는 노인들을 위한 반찬배달은 올 한 해 중점 사역으로 떠올랐다.
고립된 생활을 하는 노인들을 위한 반찬배달은 올 한 해 중점 사역으로 떠올랐다.

위기의 순간들이 없지는 않았다. 교우들의 직장 동료 혹은 업무상 접촉한 인물들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아찔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지만, 당사자들이 스스로 자가 격리를 실시하며 안전우선 원칙을 잘 지켜냈다.

덕분에 정읍성광교회는 방역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매번 “잘 하고 있다”는 칭찬을 들으며, 주일예배를 지속적으로 열 수 있었다. 더욱 빛나는 부분은 약한 이들을 섬기는 사역을 감염병이라는 위기 속에서 더 훌륭히 감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김기철 목사가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예배당에 마스크와 함께 쌀을 상시 비치하는 것이었다. 고립된 생활과 일거리 중단으로 식량난을 겪는 이들을 구제하려는 방안으로, 담임목사가 먼저 사비를 내어 시작하자 성도들이 연쇄적으로 동참했다.

별도의 재난지원금 형식으로 현금과 쌀을 각각 65가정에 지급하기도 했다. 올 여름 유난한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는 피해가정 아홉 곳에 복구지원금을, 난치병 환자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는 가정 여섯 곳에는 치료비를 교회 안팎을 가리지 않고 전달했다.

특히 상설 운영 중이던 무료급식소 가동이 거리두기로 인해 어렵게 되자 대안을 고심하다 찾아낸 반찬 나눔 사업은 그야말로 묘수가 됐다. 반찬 나눔은 우선 주일예배 참석이 힘들어진 고령의 성도들을 살피고 돌보는 역할을 했고, 더 나아가 독거노인 장애인 등 이웃들을 돌보는 손길로도 확장됐다.

현재 반찬 나눔 혜택을 받는 가정은 무려 553곳에 달한다. 가벼운 눈인사도, 위로의 말 한 마디도 못 전하고 슬그머니 준비한 반찬만 전하고 돌아와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봉사하는 손길들은 지치지 않고 먹을거리를 만들며 배달도 해낸다.

성도들의 자발적 기부와 헌신을 통한 재정지원은 위기에 처한 이웃 농촌교회들에 큰 힘이 되었다. 고창 송도중앙교회 건축현장에 함께 한 정읍성광교회 교우들.
성도들의 자발적 기부와 헌신을 통한 재정지원은 위기에 처한 이웃 농촌교회들에 큰 힘이 되었다. 고창 송도중앙교회 건축현장에 함께 한 정읍성광교회 교우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토록 많은 일들을 해내는데, 그 재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사실 주일예배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꿋꿋이 이어져왔다고 하지만, 출석률이 떨어지는 것까지 막을 도리는 없었다. 당회에서 긴급 예결위를 소집해 긴축방안을 마련할 정도로 여러 징후가 좋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럼에도 신기하게 재정 규모만큼은 크게 줄지 않았다. 올 연말까지 정읍성광교회의 총 수입은 전년 대비 90%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성도들이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헌금에 충실히 동참했다는 뜻이다.

“우리 교회는 중직자들이 청소나 설거지 같은 궂은 일을 도맡고, 연탄배달 같은 봉사활동도 누구보다 앞장섭니다. 이런 전통이 오랫동안 쌓여왔기에,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서도 몸 사리지 않고 헌신하는 모습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기철 목사의 설명처럼 성도들은 일상적인 헌금 외에도, 수시로 특별헌금에 동참하고 자발적으로 기부에 나서며 긴급 상황에 대응했다. 그런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서 급박하게 건축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작은 농촌교회들의 예배당을 무사히 세울 수 있었고, 해외선교지에서도 제법 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미래자립교회 건축현장을 찾아가 봉사하는 사랑의 봉사단(단장:윤성진 장로) 단원들의 경우는 고창 송도중앙교회 예배당 신축을 자신의 일처럼 돕는가 하면, 가난한 이웃의 노후 주택 수리를 도맡는 등 선행의 모범이 됐다.

이 겨울에도 김장김치 사역과 연탄나눔 사역으로 이웃을 향한 사랑은 계속된다.
이 겨울에도 김장김치 사역과 연탄나눔 사역으로 이웃을 향한 사랑은 계속된다.

이 겨울에도 여전도회원들은 한 차례 김장김치를 담가 100가정에 전달했다. 이후 미처 돕지 못한 이웃들을 위해 2차 김장나눔사업에 돌입했다. 남전도회원들이 중심이 된 연탄배달 사역은 추위 속에서도 27가정을 섬기는 사랑의 릴레이로 펼쳐진다.

숨 가쁜 정읍성광교회의 2020년은 이렇게 저물어 간다. 그런데 만약, 내년이나 그 이후에까지 감염사태가 장기화 된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기철 목사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여러 가지 계획들을 세우고 있습니다. 올해 중단된 사역들도 가능한 한 재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최우선 과제는 분명합니다. 코로나19로 주저앉은 이들을 세우는 일입니다. 우리는 계속 여기에 집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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