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김관선 목사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나라는 중국이라고 한다. 상당수 도시가 CCTV 숫자에서 전 세계 순위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곳곳에 자리 잡은 편의점에도 이런 눈이 달려있다. 그것이 범죄 예방이나 사건 해결에 기여하는 점도 있다. 그러나 사생활침해 논란도 만만치 않다. 개인이 사회 활동을 하면서 하루 평균 130~150회 가량 CCTV에 노출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그렇다. 의식하지 않아도 내 모습이 곳곳에 그렇게 기록으로 남는 것이다. 예배당 엘리베이터를 이용해도 기록되며 하늘정원에 올라가도 그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주시하고 있다. 내 차가 어딜 갔다 왔는지 숨길 수 없고 어떤 도로를 이용했는지는 물론 그 달리는 속도까지 기록된다. 최근 어떤 성범죄자의 출소로 인해 특정지역엔 더 촘촘한 감시망이 만들어졌다. CCTV에 포위되어 살고 있는 느낌이다.

문뜩 하늘을 쳐다본다. 요즘 CCTV만큼 의식하지 않은 것 같아서다. 정말 의식해야 할 그 분의 눈. 침을 삼킬 정도의 짧은 시간도 놓치지 않고 나를 보시는 그 분의 눈을 피할 자가 누구겠냐만, 모른 척하며 사는 것 같아 ‘깜놀’한다. 더욱이 내 생각까지 스캔하시는 분임을 잊은 듯 그럴듯하게 나를 포장하고 명분도 만들어 왔다.

2020년,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새 끝자락. 뭘 하며 살아왔는지 아득해지기도 하고 일부러 기억상실증 환자 흉내도 내보지만 그 분의 눈을 속이고 또 그 기록까지 지울 수는 없을 것. 하루 150번이 아니라 한 순간도 노출되지 않을 때가 없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하니 너무 힘들다. 그냥 나의 벌거벗음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해져야겠다. 강한 척 할 필요도, 게으름을 숨길 수도 없지 않은가? 알면 어떻고 또 들키며 어쩌랴? 이게 난데. 누군들 특별하겠나. 웃고 싶으면 웃고 울고 싶으면 또 운다. 그렇게 나는 나로 살아야지. 설교에도 나를 가식 없이 드러내니 듣는 이들이 더 좋아한다. 그렇게 점점 나아지는 듯. 또 꽤 잘할 때도 있고 내가 나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나다. 누가 봐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솔직해져 간다. 그러다 보니 더 편안해 지고. 그런 나를 보시는 그 분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는 것 같다. 내 착각만은 아닐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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