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율 목사의 사진묵상-성령의 열매]

어릴 때에는 12월이 빨리 오기만 기다렸다. 평소에는 선물 받을 일 한 번 없던 내게, 12월만 되면 미국에서 소포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교회에서 보내준 학용품, 옷, 장난감 등 그 당시 시골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동네 친구들이 나를 부러워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본디 크리스마스는 화려한 날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시대에는 백화점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란 걸 만들어 오색찬란한 불빛과 장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특히 12월 24일 성탄전야는 많은 사람들이 환락과 술에 취해 온갖 소동을 저지르는 ‘사고의 밤’으로 전락했다. 아기 예수께서 태어나신 장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결코 ‘화려한 스타 탄생’이 아니었다.(마 2:13 이하)
부흥사 무디와 함께 찬양사역을 했던 생키라는 인물이 있었다. 한번은 생키가 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길에,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노래를 부탁하였다. 마침 그 날이 12월 24일이어서 <목자의 노래>라는 캐럴을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한 남자가 그의 앞으로 오더니 생키에게 물었다.
“당신은 남북전쟁 때 북군이었죠?”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1862년 12월 24일 저는 남군의 수색대원으로 북군의 진지 깊이 침투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제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북군 보초병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때 들었던 노래가 바로 오늘 당신이 부른 노래였습니다. 저는 그 노래를 들으며 가족과 교회, 친구들과 함께 지내던 고향의 크리스마스를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노래를 다 들은 후, 나는 당신을 쏘지 못했습니다. 이 거룩한 날 만큼은 도저히 사람을 향해 총을 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생키는 그의 손을 잡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크리스마스가 자신을 살렸던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전쟁터에서는 전투를 멈추고, 죄수도 특사로 석방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들과 나누자. 무거운 짐을 지고 힘들어하는 이웃들과 조금이라도 그 사랑을 함께 나눈다면 우리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찰 것이다. 사람들은 쉼을 얻고, 어두운 세상이 조금이라도 밝아질 것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고 말씀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12월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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