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씨책방을 추억함> (박성기 / 명작)

뉴질랜드에 거주하고 있는 박성기 작가의 수필집이다. 박 작가는 1995년 이민을 떠나 한인도서관 형식의 ‘한솔문화원’을 열었으며, 교민신문 <뉴질랜드타임스>와 <크리스천라이프> 초대 편집장을 지냈다. 교육 도서 전문점 ‘에듀 북숍’도 10년 넘게 운영했다. 1993년 <기독신문> 기자로 재직시절, 월간중앙 창간 25주년 기념 1000만원 고료 논픽션 공모에서 ‘라이 따이한의 눈물’로 우수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재외동포문학상 공모에서 ‘공씨책방을 추억함’으로 수필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뉴질랜드를 만든 사람들>(이룸나무), <젊은 33인 나의 일, 나의 꿈>(뉴질랜드 일요시사) 등의 저서도 있다.

이 책은 박성기 작가의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목회자의 아들로 한국에서 태어나 가난했지만 행복하게 지냈던 유년시절, 젊은날 일평생 독서가로서 살겠다는 감명을 준 광화문 사거리 ‘공씨책방’에 대한 추억, 뉴질랜드로 건너와서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소신을 가지고 ‘한솔문화원’을 운영했던 경험들이 실렸다. 그리고 그의 부모와 가족에 얽힌 이야기들과 한국에서의 직장생활과 세계 각국의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다.

자서전과 같은 책이라고 이미 말했지만 사실 그의 글은 어찌보면 매우 사적인 서술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작가의 수필집이 감명있는 것은 그가 만났던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 있다고 하겠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경외와 사랑이라는 관계맺음이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 외에 다른 이에게 눈길 한번 던져줄 여유를 갖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후회스러운 행동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군더더기 하나 없고 쓸데없는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는 담백한 글이어서 문장력을 기르고 싶은 이에게는 글쓰기 교본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그의 위트에 폭소를 터뜨렸다가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고이게 하는 감동도 맛볼 수 있다. 일평생 책에 묻혀 살았던 그가 권하는 양서의 목록을 챙기는 것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나는 굳이 성공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 그저 한평생 가치있는 삶을 살다 간 사람이면 만족한다. 다만, 그것이 나에게만 가치 있는 일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같이, 가치 있게 사는 삶이 된다면 좋겠다.” 작가가 책의 서문에 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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