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김관선 목사

레지스탕스 출신의 프랑스 외교관 스테판 에셀(Stephane Hessel). 1917년 베를린에서 태어나 2013년 파리에서 타계한 그의 저서 <분노하라>는 93세에 출판했다. 얇은 그 책은 출간 7개월 만에 200만부가 팔렸다. 그리고 전 세계 판매 누계 4000만부 정도를 기록했다. 누구든 읽기 쉽지만 내용은 매우 도전적이고 마음을 흔들어 놓는 힘이 있다.

그는 책에서 그가 활동했던 레지스탕스의 동기는 분노였다고 밝힌다. 그 분노가 저항하게 만들었고 결국 이기게 했다.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프랑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을 사는 우리도 온갖 불의에 맞서 용감히 저항하고 연대할 것을 호소한다.

그렇다. 세상을 바꾼 주인공들은 악에 대해 두려움이 아닌 분노를 느꼈기에 저항했고 그 모진 악을 이겨낸 것이다. 분노, 그것은 주님에게서도 보인다. 그분의 분노가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들을 쫓아내셨고 성전을 성전답게 하시기 위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으셨다. 악에 대한 건강한 분노가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내셨다.

착한 사람들이 훨씬 많아도 세상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악의 힘 앞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 두려움이 악에 굴복하게 만든다. 또 그렇게 길들여진다.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에서 사랑보다는 두려움으로 통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도 하지 않았는가. 그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군주들의 공포통치가 세상을 지배한 사례는 많다.

두려움은 세상을 바꿀 수 없고 스스로를 악에 귀속시키지만 악에 대한 분노는 악을 뒤집을 혁명의 에너지가 된다. 그렇게 역사는 꾸준히 발전했고 지금의 민주주의도 분노하는 사람들에 의해 완성되었다. 막강한 힘을 가진 독재 권력을 두려워하기만 하고 길들여졌다면 우리의 오늘은 없었다. 비록 일부지만 그 용감한 분노가 세상을 바꾼 것이다.

도처에서 악한 자들의 치밀함과 교활함이 착한 사람들을 주눅 들게 만드는 세상에 나는 살고 있다. 따라서 악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살려내야 한다. 비록 나만 손해 보고 다치더라도 분노할 줄 알아야 살아있는 것이리라. ‘세상 다 그래’, ‘혼자 의로운 척 하지 마’ 등 체념 내지 포기를 권하는 세상. 그런 주변을 돌아보면서 내 안에 솟구치는 분노가 나를 살아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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