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민 목사(대한교회, 총신대 신대원 교수)

무기력한 시대, 정체성 일깨우는 강한 설교 필요하다

윤영민 목사(대한교회, 총신대 신대원 교수)
윤영민 목사(대한교회, 총신대 신대원 교수)

나는 가수가 제일 부럽다. 왜냐하면 가수는 히트 곡 하나만 가지고도 몇 년간, 아니 평생을 우려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사는 어떤가. 목사는 매주 다른 주제와 다른 본문으로 각기 다른 내용으로 설교해야 한다. 설교를 ‘해산의 수고’로 비유한다면 월요일에 임신해서 온갖 산고를 겪은 후, 주일에 해산의 기쁨을 맛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월요일에 다시 임신해야 한다. 가깝게 교제하고 있는 설교학 교수는 “설교가 마치 중공군처럼 밀려온다”고 말한다. 목요일 이후 주말이 가까워질수록 설교의 압박이 중공군처럼 밀려와 어찌할 도리가 없이 설교 준비를 해야 하고 강단에 다시 서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 목사 중에 주일 설교 한편에 끝나는 목사가 몇이나 있겠는가. 매일 새벽 설교에, 수요예배, 금요철야기도회에 주일 오전과 오후 설교까지, 정말 설교하고 돌아서고 나면 또 다시 설교를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목사의 숙명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매주, 아니 매일 설교에 쫓겨야만 하겠는가. 아니다. 준비해야 한다. 계획해야 한다. 특별히 코로나 전염병 시대가 아닌가. 두려움과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어떻게 설교해야 할지 방향을 설정하고,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위로와 소망이 넘치는 설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형이 너무 심하다. 지금 단계에서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온다고 해도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전혀 효과가 없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완전한 종식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성도들이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럽겠는가. 성도들이 코로나19의 위협으로 불안과 걱정에 휩싸여 있다. 이에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이다. 코로나로 인해 어느 때보다 정신적으로 고립감과 두려움, 그리고 무력감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2020년 올해 상반기에 고의적 자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례는 총 107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5.9% 증가했다. 자살 시도 사례도 늘었는데, 올해 상반기 112신고센터에 접수된 자살신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0건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로 우울증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레드’ 현상도 걱정이다. ‘코로나 레드’는 소위 화병이다. 사람들이 코로나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분노 게이지가 높아졌다.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며 싸움이 빈번이 일어나고 있고, 가정에서 불화와 폭력이 심각해지고 있다.‘코로나 블랙’은 더 문제다. ‘코로나 블랙’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분노를 넘어 좌절, 절망, 암담함을 느끼는 증상이다. 한 마디로 코로나로 앞이 캄캄한 것이다. 사람들은 두통, 발열, 콧물 등 감기 증상만 있어도 코로나에 걸린 것이 아닌지 의심하며 두려워하고 있다. ‘상상 코로나병’이다. 생각해 보니 코로나19 바이러스만 변형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바이러스도 변형되고 있고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가 ‘코로나 레드’로, 그리고 ‘코로나 블랙’으로. 심지어 별 것도 아닌 것에 ‘상상 코로나병’을 앓게 된다.

따라서 코로나19 방역만 잘 해야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 방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설교의 방향과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코로나로 두려워하며 고통당하고 있는 성도들에게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때에 책망하고 비난은 약이 되지 못한다. 고통 중에 있는 성도들의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 절망 중에 소망 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해야 한다.

성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도성>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통이란 동일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고통이란 있고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동일하지 않다. 악한 사람은 고통 속에서 하나님을 비방하고, 원망하고, 모독하고, 선한 사람은 고통을 통해서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을 알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을 찬양하게 된다. 무슨 고통을 당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자세로 고통을 당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고 고통의 의미도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 성도들이 고통스러운 코로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고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늘의 위로와 소망의 하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금년보다 2021년에는 코로나의 장기화로 교회와 성도들이 더욱 고통스러워 할 것이다.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육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므로 목사는 어떤 주제의 말씀을 증거하더라도 비난과 책망보다는 성도들의 아픔을 가슴으로 껴안고 재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

크리스천 정체성을 높이는 설교

코로나 시대에 크리스천 정체성을 깨우치는 설교가 필요하다. 코로나19의 감염병 재난 앞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소속감은 무력해지고 있다. 교회가 전염병의 온상이라는 두려움에 교회에 오지를 않는다. 자녀들도 주일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교회가 과연 전염병의 온상인가. 교회는 전염병이 지나가는 경로가 될 수는 있다. 수많은 성도들이 한 주간 동안 세상의 이곳저곳에서 생활하다가 주일에 현장 예배에 한 시간 참석한다. 그러다 보면, 확진 된 성도가 교회에 예배에 참석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교회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 전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교회가 코로나 전염의 온상이라는 사실은 큰 오해이다. 하지만 이러한 오해 때문에 교회 출석의 현황은 심각하다. 성도들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유튜브로 비대면 온라인 예배로 등록된 교회의 예배를 잘 드리느냐. 조회수를 보면 그것도 아니다. 성도들이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주일마다 속한 본 교회의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대여섯 개의 다른 교회를 서핑하며 자신이 속한 교회와 비교하고 있다. 대부분 교회들은 성도들이 비교하고 있는 대형교회의 방송 송출 수준을 따라 갈 수가 없다. 이렇게 코로나19의 위협으로 교회의 소속감이 무력해진 상태이다. 코로나가 진정되고 난 후에도 어쩌면 성도들이 교회에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화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설교의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교회의 정체성, 성도의 정체성, 본질의 중요성을 설교해야 한다. 바로 크리스천, 나 자신이 교회임을 알고, 교회가 살아야 내가 살고, 가정이 살고, 나라가 살게 됨을 가르쳐야 한다. 전염병 시대에, 예수를 그리스도와 주로 믿는 신앙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가치를 설교해야 한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랐던 것은 예수의 제자라는 소속감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랐던 것은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이 세상과 어떻게 다른 삶인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초대 교회의 성도들도 로마 제국의 핍박과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기독교회에 대한 소속감 때문이 아니다. 예수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 사람들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정체성을 가졌기에, 그들이 믿는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죽음과도 맞바꾸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믿는 신앙의 가치가 어떠한지를 설교해야 하며, 믿는 성도가 이 어려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설교해야 할 것이다.

쉽고 강한 설교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에 위로와 소망이 넘치는 설교, 그리고 정체성과 본질적 가치의 중요성을 알리는 설교를 어떻게 전할 것인가. 그 설교의 방식도 중요하다. 쉽고 강한 설교를 하라. 소통의 시대이다. 모든 세대에게 들리는 설교를 해야 한다. 성도가 왜 조는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고 복잡하면 안 들린다. 아니, 안 듣는다. 설교의 대가이신 예수님은 “공중 나는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 않아도 먹을 걱정하더냐. 들에 핀 백합화를 보라. 길쌈 수고 안 해도 솔로몬이 입은 옷도 이 꽃만 못하였다. 그런데 하늘 아버지의 자녀 된 너희가 왜 염려하느냐.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 하시리라.” 얼마나 쉬운가. 진리는 쉽다. 그리고 단순하다. 간결하다. 표현뿐만 아니라, 시간도 간결하게 하라. 세계적인 강연 프로그램인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강연은 18분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한국형 TED인‘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는 15분 강연을 한다. 소통을 원한다면, 설교의 내용도, 시간도 간결해야 한다. 길어지면 안 듣는다. 잔소리로 듣는다. 특별히 온라인 설교일 때는 더욱 간결하고 임팩트 있게 설교해야 한다. 25분~30분 정도를 추천한다.

그 다음은 강한 설교이다. 설교는 강력해야 한다. 강한 설교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주제가 선명한 설교이다. 설교를 한 시간 동안 했는데 뭐가 뭔지 잡히지 않는다면 허공을 친 설교다. 설교의 주제는 하나여야 한다. 성경 본문에서 말하는 중심 메시지, 그 하나를 강력하게 설교하라. 많은 것을 전달하려 하지 말라. 이도저도 안 된다. 복잡하게 된다. 본문에서 말하는 중심 메시지, 중심 주제, 그 하나를 쉽고, 간결하고, 강력하게 전달하라.

위기의 전염병 시대에, 살 길은 하나님 말씀 밖에 없다. 고통 가운데 있는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소망이 넘치는 설교를 하라.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살리는 설교를 하라. 그리고 이를 쉽고, 간결하게, 그리고 강하게 설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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