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며칠 전 군인교회에서 사역하는 목사님을 만났다. 목사님은 같이 만난 우리에게 붕어빵을 먹어보라고 한 마리씩 주었다. 팥이 듬뿍 들어있는 붕어빵을 먹으며 추억을 씹는 듯했다. 식었지만 왠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모 권사님이 붕어빵 굽는 기계를 사주셔서 주일마다 군인들을 위해 붕어빵을 굽는다는 것이다. 붕어빵을 먹고 났더니 우리 각자를 위해 가져온 것이라며 또 8개씩을 더 넣어주었다, 집에 가서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으라고 하면서.

매년 겨울 초입에 등장하는 것이 있었다. 군밤 장사, 군고구마 장사, 그리고 붕어빵 장사다. 허름한 리어카에 연통 굴뚝 하나 달고 몫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부지런히 구워댔다. 붕어빵은 ‘어두육미’라고 해서 꼬리를 잡고 머리부터 호호 불며 먹으면 겨울의 추위가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요즘 서서히 추위가 엄습해 온다. 11월 말, 12월 초니 그럴 법도 한때이다. 오늘 아침엔 집을 나오기 전에 두꺼운 파카를 꺼내서 입었다가 다시 벗어서 장롱에 걸며 아직은 이른 것 같다고 혼잣말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좀 아쉬워진다.

교회가 좀 추워졌다. 날씨 탓이 아니다. 성도들의 마음이 불과 20~30년 전보다 냉랭해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를 두는 때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난, 수년 전부터 ‘따뜻함’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끌렸다. 몇 해 전 모 전도회에 회장직을 맡게 된 집사님이 “목사님, 우리 전도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면 좋겠습니까?”라고 묻길래 “따뜻한 모임이 되게 하면 좋겠지요”라고 답한 적이 있다.

고린도전서는 은사와 지체에 대한 말씀 이후에 ‘덕’에 대한 말씀으로 결론 내리고 있다. 그러니 ‘덕’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추상명사여서 우리의 피부에 확 와 닿질 않는다. 이 단어를 어떻게 옮기면 좋을까? 꽤 길게 고민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따뜻함’이었다. 헬라어로는 ‘집을 세움’(          )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영어로는 edifying으로 번역했다. 은사의 목적이 ‘교회를 세우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것’이라면, 교회가 따뜻하여 아름답게 세워지고, 그리스도의 지체인 성도들이 따뜻하여 그리스도의 몸이 건강하게 세워질 때가 최고일 것이다.

붕어빵 장사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우리 모두 붕어빵 장사가 되어 사회를 따뜻하게 하고, 교회를 따뜻하게 하고, 가정을 따뜻하게 하는 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긍정적인 유머가 있고, 미소 띤 표정이 있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붕어빵 장사가 그리운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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