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진행중인 교단합동, 인내와 소통이 ‘하나됨’ 완성한다
“합동 정신 제대로 스며들지 못했다” 후속처리 과정서 진통 잇따라 … “시간을 갖고 하나되는 과제 풀어가야”


“믿음의 형제들 다시 모였다.” 2005년 11월 9일 <기독신문> 1556호에 실린 기사다. 9월 27일 예장합동과 예장개혁 교단이 합동을 이룬 뒤 노회와 산하 단체들도 발빠르게 하나를 이뤄 나갔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노회다. 10월 초부터 총회 산하 전국 노회들이 합병하기 시작했다. 제주노회는 10월 4일 제79회 정기회에서 예장개혁 노회와의 노회합동위원회를 조직했으며, 대전노회(개혁)가 동대전노회와 합병했다. 이외에도 호남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노회 합동이 잇달아 진행됐다.

26년 동안 헤어져 있었다가 다시 만났기에 후속작업도 필요했다. 그래서 10월 6일 합동후속처리위원회가 가동됐다. 총회 개혁신학연구원(성내동) 처리를 비롯해 교단지 합병, 선교회 병합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이와 함께 남녀전도회 주일학교연합회 청장년면려회 SCE와 같은 산하 단체들의 합병도 빠르게 진행됐으며, 지역 연합단체들도 합동을 진행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진정한 하나됨에는 진통이 뒤따랐다. 그중 가장 큰 난관은 총신 학적과 노회 정비다. 특히 총신 학적은 예장개혁 노회장들이 연석회의를 개최할 정도 민감한 사항이었다.

합동후속처리위원회는 2006년 6월 26일 ‘광신·개신원 졸업자 2개월 계절학기 교육’을 결의했다. 이에 대한 반발은 전국적이었다. 결국 위원회는 해명서까지 내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오해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노회 정비도 쉽지 않았다. 2006년 7월 11일 <기독신문> 1588호 기사를 보면, 광주지역 노회 정비 합의가 수포로 돌아갔다. 이유는 교단 합동이라는 ‘물리적’ 화합이 노회와 교회에까지 적용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시 본지는 “교단 합동을 이루어낸 희생과 화합의 정신이 아직 지역노회나 개인들에게 까지 제대로 스며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교단의 합동은 하나님의 선물이자 성령의 역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의 연약함 때문에 합동 이후에 다양한 진통이 잇따랐다. 2007년 9월 제92회 총회에서 예장개혁 출신 총대 일부가 합동후속처리위원회 보고 후 불만을 표시하며 퇴장했다.
교단의 합동은 하나님의 선물이자 성령의 역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의 연약함 때문에 합동 이후에 다양한 진통이 잇따랐다. 2007년 9월 제92회 총회에서 예장개혁 출신 총대 일부가 합동후속처리위원회 보고 후 불만을 표시하며 퇴장했다.
비록 진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도 하나님은 일하신다. 우리는 2005년 성령의 역사로 합동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며, 하나됨을 향해 계속 전진할 의무가 있다. 2005년 9월 대전중앙교회에서 26년 간 헤어졌던 믿음의 형제들이 다시 만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비록 진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도 하나님은 일하신다. 우리는 2005년 성령의 역사로 합동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며, 하나됨을 향해 계속 전진할 의무가 있다. 2005년 9월 대전중앙교회에서 26년 간 헤어졌던 믿음의 형제들이 다시 만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최대 고비는 교단 합동 1년 만에 드러났다. 2006년 9월 5일 예장개혁 목회자전국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목사자격을 위한 헌법과 선거법 개정’ ‘노회 정비를 합동합의문대로 이행’ ‘후임자 선정 불평등 해소’를 골자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합동 후 빚어진 일시적인 간극을 이용한 세력도 있었다. 합동을 거부했던 예장개혁 잔류측이 교단 분열을 조장한 것이다. 이들은 각종 루머를 퍼트리며 이탈을 종용했으며, 마약하나마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려측처럼 합동했다가 또 다시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기우였다는 뜻이다. 2006년 9월 제91회 총회에서는 예장개혁 목회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가령 목사자격이나 총회임원 출마 등에 대해서는 헌법이 개정될 때까지 합동원칙에 따라 시행한다는 결의가 이뤄졌다.

그리고 또 다시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07년 9월 제92회 총회는 분위기가 더 험악했다. 예장개혁 출신 총대 일부가 “합동합의서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항의이자, 하나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됐다.

굴곡은 계속됐다. “예장개혁이 학적을 세탁하고, 모 인사가 신학교를 매각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합동후속처리위원회 인사는 “당시 가짜뉴스가 판을 쳤다. 정치적 이권을 챙기기 위한 공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실 확인을 위해 총신대학교가 직접 나섰다. 김인환 총장과 총신대 교수 15인이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2600명이 넘는 학적 전체를 일일이 대조하며 확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2007년 12월 24일 총신대학교는 “총회개혁신학연구원에 학적 조작은 일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목사자격도 굴곡이 심했다. 권영식 장로는 “합동 당시 예장개혁이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던 것은 목사자격이었다. <총회헌법>에 ‘목사 될 자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예장개혁 출신 목회자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목사자격 해소를 위해 두 가지 작업이 진행됐다. 첫째는 특별교육이다. 합동 당시 때부터 추진됐던 사항이지만, 예장합동이나 예장개혁 양측에서 반대가 컸다. 하지만 합동 이후부터 10여 년 동안 꾸준하게 특별교육이 진행됐으며, 예장개혁 출신 목사들도 하나 둘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둘째는 <총회헌법> 개정이다. ‘총신신대원 출신이라는 제약을 풀면 된다’는 의견이 반영돼 추진됐지만 이 또한 무산됐다. 헌법 개정은 칼빈대, 대신대, 광신대 등 인준 신학교 출신자 모두가 요구한 사항이지만 “신학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넘지 못했다.

목사자격, 노회 정비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리고 총회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려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제105회 총회에 ‘수도권 구개혁 측 15개 노회에 대해 2005년 합동 당시 지역 경계 그대로 인정하자’는 헌의가 올라왔으며, 총회는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 한해 허락했다. 그만큼 아직도 하나됨을 위해 나아갈 길이 남았다는 뜻이다.

전주남 목사는 예장개혁 출신 교회를 중심으로 한 노회가 차츰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합동 당시 노회 구성 요건이 달랐다. 그래서 예장개혁 노회들은 서울, 인천, 경기, 강원, 충청, 부울경, 호남 7개 권역을 중심으로 합했다. 그러다보니 노회 경계가 예장합동과는 달라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들 노회가 교회를 개척하면 노회 경계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총신 학적 취득은 예장개혁 출신 목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예장개혁 한 중진은 “15년이 지나면서 특별교육을 받은 예장개혁 목사도 있고, 교육을 받지 않은 목사도 있다. 문제는 교육을 받지 않은 분들이 외톨이가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단이 비대해지면서 ‘대회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대회제는 <총회헌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합동할 당시에도 약속한 내용이다. 대회제가 시행되면 칼빈대, 대신대, 광신대가 총신대와 동일한 자격을 갖게 될 것으로 평가됐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식의 전환이다. 예장합동 출신 인사들 중에는 아직도 ‘구개혁’ ‘새가족’ ‘영입’이라는 표현을 공개석상에서 쏟아낸다. 예장개혁 한 중진은 “1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 지금도 편을 가르고 갈등을 조장해 이익을 취하려는 자들이 있기 때문에 하나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후임자 선정 불평등도 문제다. 예장개혁 출신 일부 교회들이 후임자를 선정할 때 자격조건에 ‘총신신대원 졸업자’를 명시하고 있다. 예장개혁 출신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광신, 개신원) 후배들이 갈 곳이 없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따라서 김정중 목사는 기념예배에서 “총회가 진정으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합동합의서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언제쯤 어떻게 해야 하나가 될까? 중진들은 인위적으로는 불가능하며, 시간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주남 목사는 “하나가 되려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남았다”면서 △목사자격 △노회경계 △후임자 선정 △역사성 보존 등을 숙제로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언젠가는 완전히 동화되어서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완전히 동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시간이 지나면 합동측 개혁측 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권영식 장로도 “그동안 서로 하나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면서 “아직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들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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