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형 박사(연세대학교)

이민형 박사(연세대학교)
이민형 박사(연세대학교)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하 기사연)이 기독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많은 이들이 코로나19의 상황에서 종교적 시공간 개념의 변화를 겪고 있었다. 종교적 시간으로서의 주일이 일상으로, 종교적 공간으로서의 예배당은 가정으로 확장·전환되면서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은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약 50%에 가까운 응답자들(46.9%)이 ‘온라인 시스템 구축 및 온라인 콘텐츠 강화’를 가장 시급한 교회의 과제로 꼽았다. 인식조사가 7월, 즉 대면예배가 어느 정도 허용이 되던 시기에 진행됐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었음에도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이 온라인을 통한 신앙생활에 관심을 표명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형식의 변화를 넘어 새로운 신앙생활로의 전환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온라인 신앙생활에 대한 요구 이외에도 응답자들은 ‘교회의 공동체성 강화’(17.3%), ‘교인들의 교제’(10.9%), ‘성도들의 지역 섬김’(10.3%) 등을 주요 강화 항목으로 꼽았으며, ‘목사님의 설교’는 5.3%에 그쳤다. 예배나 성경공부, 제자훈련과 같은 개인의 신앙생활은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교제와 섬김과 같은 공공성의 실천을 통해 교회의 정체성을 성립해 나가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5월 말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들 11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설문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목회에 있어 ‘예배의 본질 정립’이나 ‘설교력 강화’와 같은 것의 중요도가 훨씬 더 높게 나왔다. 코로나19 이후의 신앙생활에 대한 목회자와 평신도 간의 분명한 인식의 차이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단순히 설문의 결과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미 여러 설문 조사를 통해 드러났듯 코로나19 상황에서 일부 성도들이 주일예배를 드리지 않거나 섬기던 교회의 온라인 예배를 드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교회가 가지고 있던 전통적 의미의 신앙공동체로서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록 이러한 변화가 장기화된 비대면 사회 상황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새로운 신앙생활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더불어 일부의 리더십에 의해 결정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닌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신앙공동체의 발현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목회자와 성도 간의 인식 차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공동체 내에서 서로의 의견이 반영 가능한 소통 채널을 만들어 향후 목회의 방향을 함께 잡아가는 것이다.

코로나19는 그동안 안전하다고 믿어왔던 모든 시스템을 예측 불가능의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아무도 앞으로의 상황을 함부로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세상과는 별개로 오늘날 교회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목소리는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고려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예배와 목회, 신앙생활의 방식도 예외는 아니다. 목회자와 성도들이 서로를 비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서로 협력해 한국교회가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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