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목사(금천교회)

박병호 목사(금천교회)
박병호 목사(금천교회)

제105회 총회가 ‘세움’의 슬로건으로 힘차게 출발했다. 특히 총회 산하 21개 상비부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회의를 열고 한 회기 동안 추진할 사업과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기를 거듭하면서 총회구성원들이 상비부에 대한 효율적인 활동과 발전적인 변화를 기대해 왔고, 또 그렇게 주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김없이 실망스런 결과를 내어놓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의 반복을 두고, 상비부를 이끄는 임원들과 실행위원들의 전문성 결여나 능력부족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조직의 발전적 개혁은 단지 정서적인 구호를 통한 의식구조의 변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합리성에 기초한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볼펜을 생산하는 회사가 완성품의 검사를 통해서 품질을 보증하려 한다면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도 불량률을 낮추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 즉 제품의 생산과정의 합리성이 검증된다면 결과물을 검사하지 않더라도 제품의 품질보증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을 ‘ISO9001인증제도’라고 부른다. 공인된 인증기관이 생산라인의 시스템을 검증한 후, 그 합리성에 따라 품질을 인증해줌으로써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품질에 대한 객관적인 신뢰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면 시스템이론 관점에서 우리 교단의 상비부를 살펴보자. 총회 개회 후 상비부장들이 선출되고, 총회기간에 상비부 조직과 예산을 허락받아 재정부로 예산을 청구한다. 이때 재정부는 상비부의 청원을 따르기 보다는 전례를 따라 항목이 정해진 예산을 상비부에 편성한 후 본회의에서 인준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항목이 고정된 예산서를 받아든 상비부가 예산 항목과 상관없는 새로운 사업과 활동을 전개하는데 극도로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다. 상비부 임원들이 실행위원회에서 추인을 받는 사업계획이 과거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것으로 시도되기에는 그 주어지는 시간과 계획수립 과정이 결코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현재의 정형화된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상비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상비부의 개혁과 발전적인 변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시스템을 바꿔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재정부가 구체적인 항목을 특정하지 않고 배정 가능한 총액만을 상비부에 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비부는 새로운 사업구상에 맞춰 주어진 총액 안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업계획도 상비부원 전체회의나 실행위원회를 통해서 현재 상황이 잘 반영된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상비부의 유의미한 변화와 발전은 얼마든지 가능하게 될 것이다.

덧붙여 상비부 역시 한 회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하고 상비부 본연의 사업 극대화는 물론 교단 전체의 발전을 꾀하는 대안들을 총회에 보고하고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좋은 리더는 시스템을 볼 줄 알아야 하고, 이를 바꿔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 총회와 상비부의 리더들이 현재의 상비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이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바꾸어간다면 교단의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변화가 항상 가능하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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