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도 없던 낯선 방문이었다. 놀란 채로 맞은 손님들이 머무른 시간은 비록 잠깐이지만, 남은 감동은 꽤나 깊었다.

전주 양정교회(박재신 목사)는 지난 한가위를 앞두고 특별한 심방을 시도했다. 교우들의 가정이 아니라 교회당 주변 송천동 일대의 작은 교회들을 돌아보는 심방이었다. 교단을 따지지 않고 십자가가 세워진 예배당이 나타나면 무작정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코로나19로 모든 교회들이 다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작은 교회들이 받는 타격은 훨씬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격적으로 심방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처음에는 경계심을 갖고 방문목적을 조심스레 묻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박재신 목사의 취지를 전해 듣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자신이 섬기는 교회가 겪는 고충이며 기도제목 등을 터놓고 이야기했다.

박 목사를 비롯한 일행은 방문한 교회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돌아오며, 사전에 준비한 후원금을 전달했다. 뜻밖의 선물이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스산했던 마음을 녹였다. 사실 양정교회라는 존재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앞으로는 형제교회로 여기며 늘 기도하고 응원하겠다는 목회자도 있었다.

하루 동안 방문한 교회는 16개 교회, 골목골목 다닌 거리를 따져보니 대략 10km 정도가 나왔다. 만만찮은 강행군이었지만 박 목사는 되레 더 많은 교회를 찾지 못한 아쉬움을 삼키면서, “기회가 되는대로 이웃교회들을 섬기는 일들에 더욱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양정교회는 추석을 전후로 송천동 일대 교회들 뿐 아니라 같은 북전주노회 소속 미래자립교회 17곳, 코로나19로 긴급 도움 요청을 보내온 7개 교회, 양정교회 출신 목회자들이 섬기는 교회 12곳 등 총 52개 교회에 20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전달했다. 기금 마련에는 온 교우들이 기쁨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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