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고려 말 이방원과 정몽주의 대화이다. 이방원은 정절을 강조하며 자신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고있는 정몽주에게 시 한 수를 읊는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 년까지 누리리라

‘하여가(何如歌)’라고 한다. 이에 정몽주는 고려 왕조에 대한 절개를 강조하며 ‘단심가’로 화답한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결국 이방원은 심복을 통해 선죽교에서 정몽주를 살해했다. 

난 목회 초기에 ‘단심가’를 좋아했었다. 진리에 관한 한 철저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목회를 바로 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목회 말년에 나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에서 목회의 여유를 느끼게 되었고, 교회의 따뜻함을 느끼게 되었다. 목회를 하다 보니 생명을 걸만한 진리의 문제로 부딪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은 편견으로 인해, 또는 자기주장이 밀리는 것을 견디지 못해 목숨 걸고 나서는 경우였다. 결국 교회는 부딪힘 속에 분열하고 우리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마는 것이다.

조금만 힘을 뺄 수 없을까?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두고 서로 화목한 관계로 설 수 있다면 나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가 오늘날 한국교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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