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연의 ‘2020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의 성향을 판단할 만한 다양한 통계가 나왔다. 개중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대다수 기독교인들이 가난의 원인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결과가 있었는데, 이러한 인식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정규직일수록, 대형교회 교인일수록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를 분석한 신익상 교수(성공회대)는 이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화할수록 교회 내 취약층에게 절망감을 심어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난을 개인의 책임으로 규정할수록 취약 계층에게 극도의 고립감과 절망감을 안길 것이며, 결국 이들에게 절망을 간신히 견디는 절망적인 신앙이나 현실 도피적인 신앙을 강화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로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유행성 감염병이 퍼지면 취약 업종과 계층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재난 상황에서는 취약 계층의 자살률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회적으로 위기의 순간에는 잠재돼있던 불평등과 차별 현상이 드러나, 타인과 타집단에 대한 배제와 혐오는 심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금 교회는 어떤 길을 가며, 그리스도인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교회는 세상에서 상처 받고 힘들어하는 이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교회가 세상과 다름없이 사회적 부와 지위에 따라 움직인다면 어찌 빛과 소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스도인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번 통계와 같은 인식을 갖고 있을 수는 있지만 행동까지 세상과 같아서는 안 된다. 생존을 위해 나만 바라보는 자기중심적 삶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적 삶을 추구해야 한다. 위기 속에서 공존과 상생, 협력의 기독교적 가치가 발현되기를 기대해본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가 끊임없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세상에서 교회의 역할을 기대하는 순간은 분명히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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