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신탁통치
[논단] 신탁통치
조현석 목사(해운대신일교회)
  • 기독신문
  • 승인 2020.08.3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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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석 목사(해운대신일교회)
조현석 목사(해운대신일교회)

요즘 청와대 국민청원에 평범한 30대 가장이 대통령에게 성종 시절 최승로가 올린 시무 28조를 빗대어 시무7조라는 글을 올려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다.

국민들이 이 청원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과 고위관료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들을 섬기고 그들의 고통을 위로해 주지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그 책임을 국민과 이전의 사람들에게 돌리는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총신이 재단이사회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재단이사회가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모두 해소되었다”는 취지의 공문을 교육부에 제출하겠다고 총회장에게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총신의 부끄러운 “신탁통치”의 시대가 끝나게 된 것에 감사한 마음과 아울러 새롭게 선임될 재단이사회에 대한 우려라는 양면적인 생각이 교차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총신 사태는 총회와 학교, 이전 재단이사회 모두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임을 우리 모두 부인할 수 없다. 재단이사를 제대로 선출하지 않으면 이전의 혼란과 어려움으로 다시 회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사사기 9장에 보면 기드온의 아들 아비멜렉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아버지의 70명의 아들을 다 죽이고 자신 스스로를 왕으로 높여 세겜에서 왕이 된다. 이때 기드온의 막내아들 요담이 이 소식을 듣고 세겜 사람들에게 한 비유를 든다. 나무들이 감람나무에게 기름을 부어 왕을 삼으려하자 감람나무는 “나의 기름은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니 내가 어찌 그것을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우쭐거리겠느냐?”고 거절하고, 무화과나무도 “나의 단것과 나의 아름다운 열매를 내가 어찌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우쭐대리요”라며 거절한다. 포도나무도 자신이 내는 포도주를 버리고 나무들 위에 스스로 우쭐대기를 거부하자, 이번에는 가시나무에게 너는 와서 우리 위에 왕이 되라고 요청한다. 이 때 가시나무는 스스로 높여 “내 그들에 와서 피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불이 가시나무에서 나와 레바논의 백향목을 사를 것이라”고 선언한다. 자격도 되지 않는 아비멜렉이 그의 형제들을 모두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된 것에 대한 분통이 그의 막내 동생인 요담에 의해 시의적절하게 표현된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 높이는 자들이 아니라 자신의 희생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선한 재단이사들이 세워지기를 바라는 가운데 생각나는 한 분이 있다.

총신의 초대 이사장이셨던 백남조 장로는 당시 통합 측 광나루신학교에 비해 학교 교사가 없었던 총신을 위해 기꺼이 사당동에 1만8000평의 부지를 헌납하셔서 총신의 사당동시대를 시작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후로 6대 재단이사장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성지순례도 마다하고 회갑, 고희기념식도 못하게 하시고 그 물질을 드려 총신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한편 김희보 박사는 백 장로가 사업이 어려울 때도 총신을 위해 헌신한 것에 대해 감사하며 매일 낮 12시 가정 기도회 때 하루도 총신을 위해 빼놓지 않고 기도했던 장로를 기억하고 있다고 하셨다.

세계적인 기업인 GE에서 최고위 임원들을 선발할 때 그 사람의 업적보다는 그 사람 주변의 동료들과 부하 직원들의 실적을 본다고 한다. 그 사람의 진정한 실력은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가 보다 오히려 ‘그 사람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성공시켜 주었는가’에 더 큰 비중을 둔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학교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해 학교를 세우고 살릴 수 있는 총신대 이사들이 선출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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