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악몽
[기자수첩] 악몽
  • 정재영 기자
  • 승인 2020.09.01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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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하다. 창피하고 속이 상한다. 생각할수록 분하고 억울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슴을 칠 정도이다. 어쩌다 한국교회가, 이 땅의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2020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신천지라는 이단사이비 집단과 동급으로 취급받게 되었을까.

신천지가 어떤 집단인가. 시계를 불과 얼마 전으로만 돌려보아도 세상의 지탄을 한 몸에 받았던 그들의 형편없는 상황인식과 대처방식을 금세 떠올릴 수 있다.

온 국민이 숨죽이고 긴장하며 유지해온 방역망을 단번에 깨뜨린 것으로도 부족해, 감염사실을 숨긴 채 거짓말을 일삼거나 아예 도망쳐 숨어버리는 식으로 방역에 혼선을 가져오며, 심지어 자신들의 가족 이웃 그리고 동료 교인들에게까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려 확진자 딱지를 붙여주는 경악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비상식적인 리더의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에 처하자 명백한 사실도 호도하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일조차 서슴지 않았다. 도저히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공존할 존재들이 아니라는 인식이 대중들 뇌리에 확실히 새겨졌다.

그런데 이 처참한 불명예를 몇 달 만에 정통교회가 뒤집어쓰는 중이다. 기가 막히게도, 앞서 뻔히 지켜본 바 있는 전철을 고스란히 따른 이들 때문이다.

코로나19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10만 수료생’ 운운하며 자랑스럽게 세력 과시를 하던 신천지가 계절이 다 바뀌기도 전 어떤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는지 곰곰이 돌아볼 수는 없을까. 참으로 경각심을 갖기 바란다. 파멸의 종착점까지 기필코 따라 밟겠다는 각오가 아니라면 말이다.

같은 ‘기독교인’이라며, ‘교회’라며 여전히 두둔하고 감싸기만 할 일 또한 아니다. 멀쩡한 교회들까지 대신 사과하고 반성하며 연대책임을 지는데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순결하고 거룩한 복음공동체의 일원으로 계속해서 받아들여야 한다면 제발 정신 차리도록 매를 들어야 한다. 혹여 이미 회복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선다면 망설임 없이 메스를 빼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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