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기획/정책이 이끄는 총회로 가는 길 ③대담-정책총회 방향은]
행사 중심 이해가 정책총회 걸림돌 … 정책 수립 주체 없어
전문성 갖춘 추진 세력 필요 … 총회장 결단 무엇보다 중요

정책이 이끄는 총회로 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에 앞서 대담을 먼저 진행했다. 대담의 목적은 정책의 일반론 대비 교단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정책총회의 기반을 놓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본지 주필이자 전 총회기구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한 김관선 목사가 대담자 겸 사회를 맡았다. 전 총회정책연구위원회 위원장 장봉생 목사(서대문교회)와 성균관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가르치는 이숙종 교수가 정책총회의 방향성에 대해 고견을 제시했다.
대담에서 정책총회란 무엇인지, 정책총회가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은 무엇이며, 정책총회를 지탱하는 기초를 어떻게 놓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김관선 목사
김관선 목사

정책총회, 행정학에서 길을 묻다

김관선 목사(이하 김 주필)=일반적으로 조직에서 정책이 논의되고, 실제 적용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이숙종 교수(이하 이 교수)=전통적인 의사결정 방법은 ABC안이 있을 때 각 안들을 채택했을 경우 예상되는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방법을 나열하고, 최적의 대안을 찾는다. 교단에 맞는 정책결정모델 3가지를 소개해 드리고 싶다. 첫째가 코헨·마치·올슨의 ‘쓰레기통 모형’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되풀이하다가도 어떤 사건이나 시기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점이 되면 꽉 찬 쓰레기통이 비워지듯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것이다. 둘째, 킹돈의 ‘다중흐름 모형’이 있다. 교단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입법예고나 초점사건으로 교단의 기존 정책 옹호 여부를 결정할 경우라 할 수 있다. 셋째가 사바티어의 ‘옹호연합 모형’인데. 자신들이 믿는 신념체계를 정책화하는 것이다. 교단이 말하는 정책은 국가정책과 다를 것이고, 교단 정책과 콘텐츠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적용할 모델이 다를 것이다.

김 주필=교단 정책에 고민이 많으신 장 목사님께서 교수님의 대답에 근거해 현재 우리 교단의 현실과 한계를 분석하신다면.

장봉생 목사(이하 장 목사)=우리 교단이 익숙하고 기대하는 모형이 다중흐름 모형일 것 같다. 우리 교단은 프로세스는 약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 약하다. 그래서 교회가, 교단이, 무슨 정책이 필요하냐? 왜 정책이 필요하냐? 기도하면 되지. 정책은 인본적이고 인위적이라고 하는 것 같다. 마치 특별은총에 비해 일반은총에 관심이 적거나 없는 것과 같다. 이런 정서가 바닥에 깔려 있다는 게 큰 걸림돌이다. 정책에 대한 무관심이 크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정책이 뭔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 교수님은 정책을 한 문장으로 이야기하신다면.

이 교수=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처방이 아닐까?

장 목사=문제가 존재하니 해결하는 것이 정책이긴 한데, 저는 더 넓게 봐서 문제와 관계없이 본질적으로 교회와 교단이 성경에 근거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디딤돌, 방향을 가는 과정이라 이해했다. 그러다보니 이게 너무 어려운 것이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고, 교단의 거룩함 회복 등 추상적으로 가다보니까 구체화하는 것이 어려웠다.

한계, 리더십과 지원그룹 부재에서 온다

김 주필=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미래를 대비하는 정책, 둘 다 필요한 게 아닌가.

이숙종 교수
이숙종 교수

이 교수=정치는 부정적인데, 정책에는 기대하는 것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직면하는 문제에 대해 성도들에게 어떤 영적인 답을 줄 것인지 등 고민할 것이 너무 많다. 이것을 규명하는 것이 정책이 돼야 한다. 처방이 나오면 총회장이 바뀔 때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리더십 부재 원인이 크다. 그리고 리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력과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장 목사=교단 안에서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수립 주체가 없다. 함께 만들 그룹과 기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책총회가 멀게 느껴지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5일 동안 열리는 총회에서 이런 것들을 적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다.

김 주필=통상 정책과 대안이 작동하지 못하는 조직의 특성과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나.

이 교수=독재적 지도자, 위계적 조직구조, 조직역량 부족, 지도부의 인지적 편향문제로 여론 수렴 실패, 동기부여 실패로 조직 구성원이 이탈하거나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김 주필=교단은 일반단체와 달리 특수성이 있다. 교회조직체로서 교단이 정책 결여의 구조로 가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이 교수=교단은 독립성 강한 교회의 연합체로 강력한 정책을 이끌어가기에는 구조적으로 힘들다. 전체 교회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정책이 어렵기 때문에 정책협의체 구성이 바람직하다. 네트워크형 조직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민주적 수평적 소통과 개방성, 유연성을 얻기 위해서는 교단 리더십 역할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김 주필=정책을 생산할 플랫폼도 없고, 동력도 없고, 흩어져 있는 힘을 모을 협의체가 없는 것이 교단의 현주소로 느껴진다.

장 목사=교단은 3가지 정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정책을 수립할 주체가 없다. 정책을 뒷받침하고 동력화할 구조도 없다. 그리고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것인데도, 총회와 기관과 상비부가 따로 논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총회장 성명서 하나가 교단의 입장이 되고, 급기야 정치적 소수의 의견에 교단 전체가 휘둘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 교수=1년 단위 청와대가 생겼는데 국무회의가 없는 격이다. 교단의 개혁방안은 당연히 총회현장에서 논의해야 한다. 부서와 기관이 있으니 연중 몇 차례 모여 논의하고 협의해 나가면 정책총회로 개선되리라 본다.

정책총회, 대안은 있다

김 주필=교단은 경직된 구조다. 조정자도 없다. 총회가 획기적으로 가려면 강력한 리더십만으로 안 된다. 전체가 함께 갈 구조가 필요하다. 총회장이 바뀌어도 정책이 계속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장봉생 목사
장봉생 목사

장 목사=그것이 정책연구소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연구소가 꼭 필요하다. 정책연구소가 성경적 신학적 프리즘을 통과한 교회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게 하고, 그 콘텐츠를 각 기관과 부서가 실행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정책연구소는 상임연구원이든, 아웃소싱을 하든 단기는 물론 중장기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목회자 수급과 은급 문제, 다음세대 교육방향 등 긴 호흡이 필요한 정책과 전략을 정책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산하 기관과 상비부가 해당 콘텐츠를 받아 실제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 교수=어디든 싱크탱크는 다 있다. 싱크탱크도 없다면 어떻게 조직이 작동하겠나. 정책적 측면에서 교단 운영이 전반적으로 비전문가들로 운영하고 있다면 전문성을 가진 평신도들이 교단활동에 관심을 갖게 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 목사=그렇다면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정책총회가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달라.

장 목사=정책총회로 가는 길에 총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정책 관련 연구소를 세우고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인적 구성과 예산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전문성을 갖춘 인재풀을 확보해야 한다. 확보한 인재는 총회총대가 아니라도 정책개발 및 운영이 필요하다면 가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둬야 한다.

이 교수=급변하는 시대에 믿음과 능력을 갖춘 여성 인재들이 기여할 길도 열면 좋겠다. 세상으로부터 피난처만 아니라 보다 나은 세상을 건설하는 데 비전과 동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의 공정 공감 생명존중 공동체정신 등 사회적 가치와 기독교 가치를 동시에 실천할 수 있는 정책이 작동하는 교단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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