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진 목사(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사무국장)

이석진 목사(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사무국장)
이석진 목사(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사무국장)

8월 12일 오후 1시, 이제 막 전남 구례로 구호키트 280세트, 경남 하동에 있는 화개장터로 120세트를 보냈다. 5일 충북 제천에 70세트, 6일 강원 철원으로 120세트를 보냈으니 지금까지 총 590세트를 이번 집중 호우 피해 지역으로 보냈다. 구호키트 안에는 수건, 치약, 칫솔, 간편 조리 음식 등의 물품이 들어간다. 물류비를 포함해 지금까지 5000여 만 원을 사용했다.

폭우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피해가 있다는 이곳저곳에 전화를 했다. 피해 상태나 이재민들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중앙재해대책본부와 피해가 난 지역 주민센터, 인근 교회들에 전화를 해 피해 상황을 살폈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으면 매뉴얼과 체크리스트를 보며 물품을 챙겨 현장으로 달려갔을 텐데, 지금은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수해 이재민들을 도울 마음이 있는 교회를 찾으려고 했다. 교회에 전화를 하면 보통 세 가지 답변이다. 첫째는 “우리 교회는 피해가 있습니다” 또는 “우리 교회는 피해가 없습니다”라는 교회 피해가 중심이 된 이야기다. 둘째는 “우리 교인들 중에 몇 가구에 피해가 있습니다”라는 교인 중심의 피해 상황이다. 셋째는 “우리 지역에 피해가 많은데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지역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경우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재난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하나님이, 그리고 하나님을 섬기는 교회가 그들과 함께 아파하고 관심이 있음을 긴급구호를 통해 알리고 있다. 그래서 ‘한국기독교연합’이라는 봉사단 이름을 사용해 한국교회가 함께 하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인지시키고 있다. 사무실 앞 도로에 정차해 있던 트럭에 강원도 철원으로 보내는 구호키트를 싣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구호키트에 붙어 있는 “힘내세요! 한국교회가 함께 합니다”라는 스티커를 유심히 보더니 한마디한다. “수해 난 곳에 보내는 모양인데 교회가 좋은 일 하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착한 행실을 등경 위에 올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마 5:16) 이 순간이 참 좋다.

노란색 봉사단 조끼를 입고 구호품을 구입하기 위해 전통시장에 들어가면 우리에게 물건을 판 경험이 있는 상인들은 소리가 들릴 정도로 “앗싸!”를 외친다.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이재민을 돕기 위해 구호품을 사러 온 것도 안다. 그들에게 교회에서 온 사람들은 큰 기쁨이 된다. 구입한 물건을 트럭에 실으면서 자신들도 수해가 난 곳에 뭔가 물품을 보내고 싶었는데 자신들의 물건이 구호품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봉사단은 최근 수해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여러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보며 ‘소비구제’를 열심히 하고 있다. 전통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서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전통시장에서 소비도 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구제도 하는 일석이조이다. 이미 열 차례 이상 소비구제를 했다. 이제는 상인들이 “이번엔 옆집에서 좀 팔아주세요”라며 서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모습을 본다.

사람들은 선한 일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예수를 믿음으로 이미 선한 사람이 됐다. 그래서 특별히 교회와 성도는 선한 일을 하고 싶은 강한 욕구와 그것을 기뻐하는 놀라운 특권을 가졌다. 우리 주변에 어려움을 당한 이웃을 보며 교회와 성도의 마음이 움직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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