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채 악명 높은 쇼생크 감옥에 갇힌 앤디 듀프레인.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증인을 감옥에서 만나지만 교도소장에 의해 증인은 살해당하고, 앤디는 뛰어난 집중력으로 교도소장의 검은 돈까지 챙겨 탈옥에 성공한다. 드라마틱한 재미가 뛰어난 영화.

그런데 주인공의 탈출 성공보다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교도소장인 사무엘 노튼이다. 그는 자주 ‘내 주는 강한 성이요’라는 찬송을 흥얼거린다. 소장실 벽에는 십자수로 장식한 “주의 심판이 이르렀다”는 성경 구절도 걸려있다.

그런 소장은 재소자들에게 악랄하기 이를 데 없었고 자기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한다. 재소자들을 외부 용역으로 제공한 대가를 가로채는 등 온갖 부정한 일에 매달리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그러나 앤디 듀프레인은 탈출 성공 뿐 아니라 교도소장의 악행을 폭로하여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간다. 결국 교도소장은 체포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영화에서 자주 보긴 하지만 그 어떤 악인의 최후보다 훨씬 속이 후련할 정도다. 그는 살아있어도 이미 죽은 자였고 천천히 스스로를 죽여간 삶이었다. 자기에 대한 심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모른 채 ‘심판이 이르렀다’는 글귀로 장식된 벽 안에 갇힌 그는 그 악행에서 빨리 탈출하지 못한 것이 죽을 죄였던 것이다. 죽어가는 것도 모른 채 입에는 찬송, 벽에는 성경구절, 그러나 위선으로 가득한 그 삶의 대비. 영화를 보는 내내 목사의 눈은 불편했다.

앤디는 그런 교도소장의 지배하에 있던 쇼생크 탈출에 성공한다. 오래전에 본 영화지만 그 앤딩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갑자기 이 세상도 쇼생크처럼 느껴져 탈출하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악한 자가 철저하게 장악한 쇼생크. 재미있는 복선이지만, 위선적인 신앙인이 지위를 이용하여 듀프레인에게 자기 구두를 반짝거리도록 닦으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자신은 조금도 빛나지 않는 신앙인, 세상이든 교회든 그런 자가 지배한다면 모두를 불행하게 할 것은 뻔하다. 그런 곳이라면 반드시 탈출해야 할 쇼생크일 뿐. 그러나 누굴 탓하기 전에 정말 탈출해야 할 곳은 내 안에서 나를 위선적으로 이끌어가는 내 욕망의 굴레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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