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0주년 기획/70프로젝트, 또 같이 우리] ⑤70년 만의 기회, 되살릴 해법은?

불과 2년 전, 한반도에 역사상 유래 없는 훈풍이 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계기였다.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선언하고 응원단을 파견하면서 경색 국면에 있던 남북관계가 화해무드로 급물살을 탔다.

남북은 2018년에만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4·27 판문점 선언, 도보다리 대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등 숱한 화제를 낳으며 평화의 물길이 열리는 듯했다. 특히 북미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만난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는 등 비로소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종전선언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던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불안한 기운이 감지됐다. 이어 6월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후 1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에 훈풍이 밀려났고 비바람이 쏟아지고 있다. 급기야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으로 설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는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

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남북미 정상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피어올랐으나, 결국엔 하노이 회담 결렬의 악재를 딛지 못하고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으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교회가 다방면에서 노력해야 한반도에 다시 평화의 물결이 일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남북미 정상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피어올랐으나, 결국엔 하노이 회담 결렬의 악재를 딛지 못하고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으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교회가 다방면에서 노력해야 한반도에 다시 평화의 물결이 일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3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으로 돌아선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노이 회담 결렬과 우리 정부의 역할 부재를 꼽았다.

뉴코리아 윤은주 대표는 “하노이 회담 실패의 연장선이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영변 외에 의심 가는 핵시설에 대한 사찰 허용을 요구하는 등 양측의 입장차가 컸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배기찬 고문은 “제3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있을 때 우리 정부도 한 일이 없다. 우리 정부는 북미관계의 중재자 역할에만 몰두했는데, 그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배 고문은 “판문점 선언을 비롯해 남북간 합의를 입법화 하는 등 유엔 안보리 제재에 어긋나지 않고도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제법 많았다. 중재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정부가 운전을 하고 방향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그런 인식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북한이 또다시 도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기찬 고문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북한도 어느 정도 화를 풀었다. 우리 정부도 통일부장관을 경질하고 안보실장을 바꿨다. 진정이 됐다고 보고 이제 대화가 오갈 것이다”고 밝혔다. 윤은주 대표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 같다. 현재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화를 재개한다고 해도 우리 정부가 중재 수준에 머물 게 아니라, 남북관계의 주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한반도 운전자론이 다시 부각되는 것도 그 이유다.

배기찬 고문은 “한반도 운전자론은 우리 정부가 우리 차를 타고 한반도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즉 우리 정부가 긴장 해소 및 관계 회복에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서, “역사적으로 보면 남한은 정전체제의 주체가 아니다. 비무장지대도 유엔군이 관리한다. 바로 이런 것부터 풀어야 한다. 남한이 분단 관리를 비롯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기찬 고문은 우리 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의 해당사항이 아닌 금강산 관광 등 관광 분야 협력, 현재 북한이 건설 중인 평양종합병원에 의료기자재 지원 같은 보건·의료 분야 협력, 양묘장 건설 및 농기구 지원 등 산림 및 농업 분야 협력 등으로 남북관계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배 고문은 중앙정부 외에도 지방자치단체가 농수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 교류 및 협력을 해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교회 등 민간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한국교회는 과거 한반도가 긴장상태에 있을 때 남북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푸는 역할을 해왔다.

윤은주 대표는 “현재 민간단체의 교류도 막혀있지만, 한국교회는 끊임없이 북한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의 선교사나 미주동포 등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북한과 접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면서, “정부가 대로에서 북한과 대화를 한다면, 교회는 평화의 오솔길을 일궈야 한다. 그럴 때 한반도 평화로 가는 더 큰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더 큰 길은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평화협정과 북미수교를 체결해야 비로소 열린다. 그 과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에 더해, 한국교회가 평화의 물꼬를 트는 화해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정부와 교회, 지자체와 민간단체 그리고 국민들이 평화로 가는 길에 동행할 때, 6·25전쟁 이후 70년 만에 찾아온 훈풍이 한반도 하늘에 머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예장합동총회 통일준비위원회가 주최한 ‘통일포럼’ 현장의 모습. 배기찬 고문은 한국교회가 학술행사를 여는 것에 머물지 말고, 한반도 평화를 주도하는 ‘평화의 사도’가 될 것을 제안했다.
지난해 예장합동총회 통일준비위원회가 주최한 ‘통일포럼’ 현장의 모습. 배기찬 고문은 한국교회가 학술행사를 여는 것에 머물지 말고, 한반도 평화를 주도하는 ‘평화의 사도’가 될 것을 제안했다.

“한국교회, ‘평화의 사도’ 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해 왔다. 과거에 한기총과 교회협 등 연합단체가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주요 교단마다 평화 및 통일 관련 위원회나 부서를 설치해 평화통일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예장합동 총회의 경우 통일준비위원회를 조직해 매년 수차례 평화통일기도회를 개최하고 평화통일 관련 학술행사를 열고 있다. 여기에 북한 접경지역을 방문하는 비전트립도 주요 사업 중 하나이다.

하지만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배기찬 고문은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며, 한국교회가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 고문은 “정부가 할 일이 있는 것처럼 한국교회가 앞장서야 할 일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한국교회 자체가 평화의 영성을 갖고, 한국교회와 성도가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배기찬 고문은 한국교회가 평화신학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평화신학을 바탕으로 목회를 하고, 학술행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의 대안을 제시한다면 인도적 지원보다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배기찬 고문은 “한국교회에 평화신학이 자리 잡고 평화의 설교와 기도가 울려 퍼진다면 북한까지도 평화의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며,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평화의 신학과 평화의 목회 확립에 힘써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평화의 사도로 나설 때 한일관계 회복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기찬 고문은 “한국교회의 평화신학과 평화목회가 선순환 된다면 북한과의 평화와 더불어 일본과의 평화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는 북한만이 아니라 일본과 관계도 중요하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친북 혹은 친일이라고 비난하는 남남갈등을 겪고 있는데, 한국교회가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같이 한국교회가 평화신학을 확립하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력을 다한다면, 한반도 평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창구가 될 것이다.

배기찬 고문은 “앞으로 70년간 한국교회는 평화를 주요 과제로 삼고 나아가야 한다. 평화의 해법을 구하고 관련 자료를 구하기 위해 교회를 찾도록 할 만큼 주도해야 한다”면서, “그럴 때 100년 전처럼 한국교회가 사회를 이끌 것이고, 이 땅의 빛과 소금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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