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0주년 기획/70프로젝트, 또 같이 우리] ④한국교회, 갈등의 주최가 아닌 화해 중재자로

매 정권마다 정부의 통일 및 대북한 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에서 비롯된 남남갈등이 해소되지 못한 채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도 대한민국 내부의 남남갈등은 지역대립구조와 미국의 대북정책 보수화, 세대갈등의 표출, 언론의 틀 짓기 등으로 증폭되고 있다. 즉 남남갈등은 지역과 이념, 세대, 계층을 기준으로 한국사회를 여러 갈래로 분열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한국교회가 그 이념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남남갈등의 꼬인 매듭을 풀어 사회적 균열을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창출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다.

최근 심화된 경제 양극화로 연예,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등을 모두 포기한 세대인 ‘N포세대’에게 통일은 부담스럽고 골치 아픈 문제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나 동시에 향후 대북정책 및 대북관계 진전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한 관점을 바뀔 가능성 또한 높다. 그렇기에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해야 할 사명을 가진 한국교회는 다음세대가 시대적 과제인 통일을 다시 꿈꾸고 이끌어낼 수 있도록 화해중재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심화된 경제 양극화로 연예,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등을 모두 포기한 세대인 ‘N포세대’에게 통일은 부담스럽고 골치 아픈 문제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나 동시에 향후 대북정책 및 대북관계 진전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한 관점을 바뀔 가능성 또한 높다. 그렇기에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해야 할 사명을 가진 한국교회는 다음세대가 시대적 과제인 통일을 다시 꿈꾸고 이끌어낼 수 있도록 화해중재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

산업화 세력 vs 민주화 세력

갈등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갈등의 원인부터 이해해야 한다. 한국사회가 남남갈등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에 대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인식 차이와 대립을 그 주 원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가 정의하는 ‘산업화 세력’은 냉전 시기 산업화 시대에 남한의 발전을 이끌어 갔던 세대 혹은 세력이다. 6·25전쟁 후 국제적인 냉전체제 속에서 당시 남한의 주적은 북한이었다. 그래서 반공이 국시가 되었고 나라를 이끌어가는 주된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았다. “공산당이 싫어요!”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이라는 구호에서도 드러나듯, 국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면서 정치 지도자들은 나라를 유지하고 경제발전을 일구어냈다. 그 시대 나라를 이끌어온 정치경제사회의 주역들에게 북한이야말로 가장 큰 해악이자 적이었다.

그런데 산업화 시대가 끝나면서 독재정권 하에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키우며 자란 민주화 세대 혹은 민주화 세력에게는 반공 이데올로기보다 더 큰 해악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억압하는 ‘독재세력’이었다. 다수의 학생들이 민주화 항쟁을 하다가 경찰에 잡혀가 퇴학을 당하거나 고문을 당했고, 몇몇 동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음을 당했다. 그들에게는 ‘반독재’가 가장 영향력이 큰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이렇듯 역사적 경험과 이데올로기가 다른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에 북한을 보는 시각뿐 아니라 시대적 과제인 통일에 대한 인식과 태도, 감정은 극명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가령 북한과 통일을 위해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느냐는 주제를 던진다고 할 때,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확연하게 갈린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2019년 7월 1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만19세 이상 74세 이하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년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을 함께 논의할 상대로 북한정권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상대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을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의 66.3%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반면, ‘보수’ 응답자는 65.9%가 “가능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진보, 중도, 보수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의 한 축은 대북인식”이라며 “주관적으로 구분한 이념성향은 북한정권을 대화와 타협의 상대로 인식하는가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화해중재자로 통일 비전 이끌어야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오랜 세월 대립과 갈등을 지속해 오면서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역사적 사실, 특히 서로에 대한 불이해에서 비롯된 뿌리 깊은 반감과 증오심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두 세력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기 위해 합리적인 토론의 장으로 나아가는 일이 쉽지 않으며,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한 및 통일 정책을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의 대립 관계가 도드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남남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을까?

김병로 교수는 “남북관계나 한반도 정세가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극적인 평화나 안보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대북인식에서 두 세력 간 의식 분화는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 지점에서 한국교회가 중재자로서 두 세력을 화합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 화합의 중재자로서 한국교회의 역할은 단순히 두 세력을 대화의 장에 나오게 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돕고 협력하게 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두 세력은 향후 대북관계와 통일을 이끄는 주요 세력이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두 세력이 대화와 토론, 화해를 이루는 장면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며 역사적 기억으로 체득한 ‘다음세대’에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 다음세대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세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그 해법으로 ‘통일’을 제시했다.

“서로 반목하는 두 세력을 화해시키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통일’이라는 더 큰 목표와 가치를 함께 지향하며 나아갈 때, 큰 목표 아래 협력과 타협이 가능합니다. 분단 75년, 6·25전쟁 발발 70년을 맞이한 올해, 한국교회가 남남갈등을 해결하고 한반도의 진정한 화해를 이끌어내는 주역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남북협력 좋은 기억 심어줘야
‘통일은 부담’ 젊은층 반대 목소리 높아져

6·25전쟁을 겪은 고령층과 6·25전쟁을 교과서에서만 접한 젊은 세대는 당연히 6·25전쟁이나 대북인식에 대한 인식에 극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최근 몇 년 간 최고 연령층과 최저 연령층에서 동일하게 ‘통일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진행한 ‘2019년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남북한 통일이 필요 없다”고 답한 19~29세 응답자가 전체의 24.4%로 나타났다. “그저 그렇다”는 응답도 33.9%에 달했다. 30대의 경우는 24.9%가 통일에 반대했다. 오히려 60대 이상은 16.8%(별로 필요하지 않다 10.7%+전혀 필요하지 않다 6.1%)로 반대 수치가 낮았다.

통일이 되지 않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38%), “통일 이후 생겨날 사회적 문제”(27.1%), “남북 간 정치체제의 차이”(20.8%)로 나타났다. 또 통일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정도 또한 “되지 않는다”고 답한 19~29세가 70.1%에 달했다.

하지만 남북한 관계에 대해서 19~29세는 ‘협력대상’(52%)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국 중 한반도 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 또한 중국(33.9%), 북한(32.6%), 일본(23.5%), 미국(9%), 러시아(0.9%)로 확인됐다. 그리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만족이 57.9%, 불만족이 42.1%로, 향후 정책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최규빈 책임연구원은 “통일에 대한 각 세대 간 인식 차이는 각 세대가 겪어온 북한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특히 10대와 20대처럼 젊은 세대들은 앞으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게 될 남북 관계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핵 신고 및 검증 로드 맵, 체제안정보장, 한반도 종전선언 등 앞으로 남은 과제들의 진척 여부에 따라 대북위협인식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교회가 다음세대에 통일의 비전을 심어주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이끄는 화해자와 중재자로 역할을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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