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게 지방으로 출장갈 일이 생겨 부산에 계신 한 목사님과 짧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물량적 시간은 짧았지만 그분의 솔직한 고백은 측량할 수 없는 묵직한 울림이었습니다. 대화의 주제는 역시 ‘코로나19’였습니다. 요즘 코로나19를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한 현상들이 목회현장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워낙에 차분하고 내실있게 목회를 하시는 분이라 내심 코로나19 이후 교회가 가야할 방향에 대한 고견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시중의 포스트코로나 담론을 논하며,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대비하고 있다”는 그런 대답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솔직히 무엇을 해야 할 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짙은 안개가 드리운 거친 정글에서 쪼그려 앉아 손을 더듬으며 길을 찾는 심정”이라고 했습니다. 명확한 논리도, 선명한 대안이라고는 하나없는 그 말에 왜 그리 고개를 끄덕였는지 모릅니다. 섣불리 코로나19 이후를 논하지 않았는지 반성도 되었습니다.

그분처럼 많은 목회자들이 코로나19 이후 목회방향에 고민이 커 보입니다. 지금이야 위기 상황이니 모든 것이 양해가 되겠지만, 코로나19가 또 하나의 일상이 될 경우 목회자에게 쏠리는 부담은 충분히 예상 가능합니다. 끊기지 않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올가을 2차 대유행을 예상하는 현실, 불확실한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상황을 보면, 우리는 코로나19가 종식된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가 아닌 코로나19와 함께 살얼음판을 걷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의 시대를 살아야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교회는 새로운 가치로 복음전파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그분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글쎄요. 지금의 코로나19 충격으로는 우리가 얼마나 반성을 하고 돌이킬까 회의가 큽니다”라고 했습니다. 덧붙인 말을 곱씹을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예전처럼 숫자와 규모의 논리로 평가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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