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선거법, ‘규제 강화’ 아닌 ‘인물 검증’에 초점 맞춰야
총회선거법, ‘규제 강화’ 아닌 ‘인물 검증’에 초점 맞춰야
[기획-개정 필요한 총회선거규정]
후보 손ㆍ발 묶는 과도한 규제에 정상적 총회사업ㆍ행사 차질
알권리 제한, 깜깜이 선거 불러 … 합리적 검증시스템 시급
  • 조준영 정형권 기자
  • 승인 2020.06.24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례1) “강도사고시 업무 마비될 수 있어”

6월 23일 총신대학교 양지캠퍼스에서 진행한 2020년도 일반강도사고시 일정에 빨간불이 켜졌었다. 원인은 코로나19 확산이 아니다. 엉뚱하게도 총회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위원장:이승희 목사)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총회선거규정> 제26조(선거운동의 범위와 한계) 4항을 유권해석하면서 “일상적 업무(회의)는 10일 전에 허락받아야 하며, 회의 장소는 총회본부 및 GMS본부 내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에 고시부(부장:강재식 목사)는 선관위에 공문을 보내고 총신대에서도 상비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락을 구했다. 강재식 목사는 “고시부 임원 4명 중에 2명이 상비부장 출마를 예정하고 있다. 그런데 선관위가 회의를 총회본부와 GMS에서만 하라고 해서 총신대에서도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허락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관위의 답변은 ‘불가’였다. 총회나 GMS로 제한했으니 따르라는 뜻이다.

강도사고시는 총회 목회자를 배출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자, 고시부 존재의 목적이기도 하다. 고시 전날부터 총신대학교 양지캠퍼스 인근에서 합숙하며 문제를 출제하고, 고시를 진행하고, 합격생을 걸러내야 한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위급한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수시로 회의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선관위는 무리한 유권해석을 근거로 이를 제지한 것이다.

강재식 목사는 “다른 것도 아니고, 총신신대원에서 강도사고시를 치르는 일인데 고시부 임원들에게 참석하지 말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선관위가 무리하게 해석해 강도사고시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시부는 선관위의 과도한 규제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임원 2명으로는 회의를 열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고시 출제위원들 중에도 선출직 출마자들이 있어 급하게 교체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강재식 목사는 선관위가 형평성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GMS에서의 회의를 허락했으면 총신대에서의 회의도 허락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품선거운동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강도사고시 응시생들이 선거권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불허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또 “선거운동에서 돈 쓰지 말라는 것 맞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지도 말라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덧붙였다.

#사례2) 통일 준비도, 기도회도 ‘빨간불’

총회의 주요 사업이 막힌 건 고시부만이 아니다.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위원장:김재호 목사)도 사역에 빨간불이 켜졌다.

통준위는 복음통일 평화통일을 선도하는 총회의 대표적인 기구로, 핵심 사역은 전국을 순회하면서 평화통일기도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통준위는 지난 5월 31일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에서 제4차 기도회를 열었지만 이날 위원장과 서기는 불참해야 했다. 고시부 사례처럼 선관위의 무리한 유권해석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통준위는 앞으로 3차례 평화통일기도회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장과 서기는 제105회 총회 선출직 출마를 계획하고 있어 불참해야 한다.

#사례3) 리더 없는 상비부ㆍ연합회 행사

회장은 그 모임을 대표하는 인사다. 그래서 회장의 결정은 곧 전체의 결정이며, 회장의 행보는 조직의 길이 된다. 그런데 대표가 빠진 행사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바로 총회 농어촌부와 전국남전도회연합회가 주인공. 두 단체의 대표인 홍석환 장로는 제105회 총회 선출직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의 지시에 따라 행사에 불참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석환 장로는 농어촌부 부장임에도 불구하고 7월 13~15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농어촌 목회자 부부수양회에 불참한다. 전국남전도회연합회의 경우, 6월 1~3일 변산대명리조트에서 개최한 ‘전도훈련대회 및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도 준비는 다 해놓고도 정작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행사는 전국남전련이 주최하는 가장 큰 행사이자 핵심적인 사역이다. 하지만 출마 예상자라는 이유만으로 대표를 배제시키는 규제는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제도일 뿐이다.
 
 

규제 일색의 선거 규제는 깜깜이 선거를 야기한다. 후보를 검증할 수 없기에 흑색선전, 금권선거, 선거브로커만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제104회 총회에서 후보자들이 총대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악수 한번으로 옥석을 가려낸다는 게 가능할까?
규제 일색의 선거 규제는 깜깜이 선거를 야기한다. 후보를 검증할 수 없기에 흑색선전, 금권선거, 선거브로커만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제104회 총회에서 후보자들이 총대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악수 한번으로 옥석을 가려낸다는 게 가능할까?

알권리 마저 제한적, 깜깜이 선거 불러

현행 <총회선거규정>은‘과열 선거 방지’‘기회 균등’‘금권선거 방지’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거운동기간 시작일 2개월 전부터 소속교회와 소속노회 이외의 모든 예배나 행사에 참석할 수 없도록 하고, 노회 추천 일시도 종전 봄노회에서 7월 임시회로 변경한 것도 그 때문이다.

공정선거를 위한 의도는 이해하지만, 문제는 이런 의도가 과도한 규제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후보들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다는 점이다.

제105회 총회임원 선거에 나설 한 목회자는 “몇 년 전부터 준비를 하고 홍보를 해온 후보가 있는가하면, 나 같은 경우는 얼마 전에 출마를 결심했다. 그런데 정작 7월까지는 활동을 못하고, 7월 후에도 선거운동을 할 시간이 채 두 달이 못 된다. 나를 홍보할 시간과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선거규정에서 입후보자들이 공식적으로 자신을 알릴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선관위가 주최하는 권역별 정견발표회, 기관지인 <기독신문>에  홍보성 광고 4회, 그리고 선관위가 제작하는 선거안내집과 후보 개인제작 공약집이 공개적인 방법이다. 그 외에는 입후보자가 일일이 총대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방법밖에 없다.

공개적인 홍보 장치들이 얼마나 실제적일지도 의문이다. 권역별 정견발표회에서 후보들에게 배당된 시간은 통상적으로 5분 남짓. 총대들은 5분 안에 후보자의 됨됨이를 파악해야 한다. 정견발표회에 참석하는 총대 수 역시 3개 권역을 합쳐 500명에 못 미친다. 결과적으로 전체 총대의 3분의 1정도가 5분 정견발표로 후보를 파악하는 수준이다. 정견발표를 한다지만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기관지 광고와 선거안내집 역시 제한적이긴 마찬가지다.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한의 관심을 끌어야 하다보니, 내용을 충실하게 하기보다는 과장되거나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쏟아낼 때가 많다. 공약들도 ‘개혁주의 정체성 수호’ ‘행정전산화’ ‘재정투명성 확대’ 등 요식행위로 그친다.

인물 검증 합리적 시스템 마련해야

때문에 현재 교단에서는 후보자들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도록 선거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공식적으로 후보들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으로, 이는 현행 공정선거 취지를 살리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쉬운 방법으로는 선관위가 후보 검증의 주체로 나서는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각급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대상 대담회, 토론회 등을 제도적으로 명문화하고 시행하는 것처럼 선관위가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공개토론회를 열어 공평하게 후보들의 공약을 듣고, 총대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대담회나 토론회는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주관할 수도 있지만, 기관지인 <기독신문>과 협력해 개최하는 것이 보다 쉽고 현실적이다. 토론회나 대담회 결과물 역시 <기독신문> 지면에 싣거나, 녹화 영상물을 만들어 총대들이 자유롭게 시청하게 할 수 있다.

제104회기 한 선관위원은 “갈수록 카더라 통신식 흑색선전이 선거판을 더 어지럽히고 있다. 선관위가 <기독신문>과 함께 토론회를 열면 공정성도 있으면서 후보들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총대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들에 대한 답변도 속 시원히 들을 수 있어, 흑색선전을 막는 기회도 될 것이다”고 토론회 개최 필요성을 설명했다.

홍보 방식에 있어 지면이나 전화, 문자 등 기존 방식들을 탈피해 인터넷과 영상물 등을 적극 활동하는 것도 후보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인터넷과 영상물을 통한 홍보는 이미 타 교단들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경우 등록을 마친 후보자는 선거운동을 위한 문자메시지와 7분 이내의 동영상을 선관위 홈페이지와 해당 연회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으며, 개인 SNS를 통해서도 홍보할 수 있다. 물론 문자메시지와 동영상은 선관위의 사전승인을 얻어야 한다. 선관위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동영상은 투표가 끝날 때까지 게시돼, 총대 입장에서는 보다 편리하게 후보를 검증할 수 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역시 별도 선관위 홈페이지를 개설해 후보자들을 알리고,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성결교회는 또 유·무선 방송이나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서도 입후보자를 홍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오프라인 홍보 수단 대신 방송이나 온라인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동영상 홍보의 경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등에 활용되고 있는 방송연설이 좋은 예가 된다. 방송연설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중요한 수단으로, 총회 선거에 있어서도 선관위의 허락 하에 유권자 본인이 출연하는 영상이나, 지지자들의 찬조연설, 공약을 알리는 홍보 동영상을 만들어 후보들이 자신을 알리는 기회이자 총대들이 후보들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이러한 토론회와 온라인을 활용한 새로운 후보 검증 장치들은 현행 선거규정을 조금 개정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 또 온라인과 영상을 통한 홍보는 지면이나 우편물을 통한 홍보보다 비용면에서도 효과적이며, ‘기회 균등’ ‘금권선거 방지’ 등 기존의 공정선거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후보자 홍보와 검증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조속한 도입이 요청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