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ㆍ크리스챤아카데미...손봉호 교수 "교회의 지향점은 도덕적 실천"

"사회통합의 역할을 해야 할 한국교회가 자체 분열과 도덕적 타락으로 오히려 사회적 분란을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교회가 구제와 인권, 환경과 교육 등을 개혁의 과제라고 말하고 있지만 더욱 필요한 것은 정직과 공정한 행동이다.”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백종국)과 크리스챤아카데미(이사장:채수일 목사)의 공동주최로 6월 19일 서울 평창동 대화의집에서 열린 대화모임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손 교수는 ‘분열된 사회와 교회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한국 최대 종교로 성장한 기독교가 구성원의 숫자와 교육수준, 재정 능력 등 여러 면에서 비정부 집단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만큼 사회통합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또 용서와 화해, 사랑과 희생이 핵심인 복음을 전하고 실천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명이고 존재의의인 기독교가 사회통합에 마땅한 책임이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문제는 한국교회 자체가 매우 분열돼 있고 도덕적 권위를 많이 상실해 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파산 상태’라고 표현하며, 한국교회가 사회통합을 시도하기 전에 교계 내 통합과 사회로부터 신임을 받는 등 자격과 능력을 먼저 갖추기를 당부했다.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도 “한국교회가 자기를 혁신하고 회개하고, 화해하고 미래의 마중물로 자신을 내어놓을 때 한국사회가 비로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전염병 대재앙 속에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를 양분시키고 갈등관계로 몰아갔던 정치적 이념의 편가름이 소모적 허구논쟁이었음이 드러났고,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를 지배해온 자본주의 원리가 오히려 문명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생명과 정의, 평화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한국 기독교의 화두여야 할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이념적 선입견을 깨트리고 편견에서 벗어나 복음을 지향하기를 부탁했다.

손봉호 교수는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경적 질서에 따른 교회의 개혁’을 내세웠다. 그는 “한국교회의 세속적 성공이 영적 실패의 원인”이라고 꼬집고, 쾌락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욕망을 절제하고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실천을 교회 개혁의 시작점으로 봤다. 이어 사회 통합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교회의 지향점으로는 ‘도덕적 실천’을 제시했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가 구제와 봉사, 인권과 환경운동, 교육활동 등 그동안 사회에 공헌해왔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했다. 다만 “그런 활동만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훨씬 더 필요한 것은 정직하고 공정하게 행동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거기에서 실패했다. 돈과 명예, 권력 등이 하나님 말씀보다 더 중요한 우상이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손 교수는 최근 현실정치에 직접 참여하려 하는 교회 내 일부 세력에 대해서는 “종교적 열정으로 무장된 이념적 정치활동은 한국교회 자체의 분열뿐만 아니라 사회 갈등을 더 악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발제를 맡은 두 원로는 마지막으로 “사회 통합과 회복은 교회 회복과 통합에서부터”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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