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환 목사(춘천온누리교회)

김창환 목사(춘천온누리교회)
김창환 목사(춘천온누리교회)

목사로서 사회, 교회, 목회적으로 수많은 모임이 있다. 연합회, 협의회, 선교단체 등 지역과 중앙에 관련된 많은 모임에 참석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타인의 추천에 의해 선교와 복지분야 단체의 장이나 대표로 불리는 직함이 상당하다. 그 짐은 무겁다. 모임마다 조직이 있고, 목적과 직책의 임기가 있다. 정치적 목적이든 순수한 섬김이든 소속감과 동질감 그리고 책임감 여부에 따라 모임의 지속성이 결정된다.

필자는 오늘까지 47만3040시간을 이어온 모임이 있다. 햇수로 55년이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과 만나는 초등학교 동창모임이다. 당시 봉대국민학교는 1반, 2반 합쳐봐야 고작 75명이었으며, 한 번도 반이 바뀌지 않아 6년동안 형제자매처럼 지냈다. 6학년 때 스승은 박태영 선생님이다. 6학년 방학 중에도 저녁 늦게까지 간식을 제공하시면서 가르치셨다. 당시 중학교는 입학시험을 볼 때라 한 명이라도 더 시내 중학교에 진출시키려는 선생님의 열정이었다. 한 명이 잘못하면 단체로 기합을 받거나 매를 맞았다. 졸업식을 마친 후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은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였다. 무엇에나 노력하는 인내는 목회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졸업 후에도 선생님과 매년 한 두 번은 만났다. 불신자들이 다수인 모임이지만, 모일 때 마다 목사인 나를 존중하여 기도로 시작한다.

2년 전, 선생님 팔순 때 제자들을 초청하여 소탈한 잔치를 하며 음식을 대접하셨다. 시간이 되는 친구들은 매년 스승의 날을 전후하여 선생님을 찾아 뵙는다. 내가 못갈 때는 감사 화분이나 선물을 보내드린다. 지난 5월 14일 선생님은 치악산 자락 농막으로 제자들을 초대하셨다. 제자들 만날 생각에 잠자는 시간에도 설레임과 즐거움으로 보냈다고 하시면서 손수 채취하여 만든 각양 산나물 반찬과 정갈한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해 주셨다. 식사를 마친 후 친구가 마련한 노래방 기기에 또 다른 친구가 색소폰을 불며 트로트를 신나게 연주했다. 서로 돌아가면서 한 두 곡씩을 부르며 흥을 돋우었는데 술을 마시지 않아도 모두 어깨가 들썩이고 장단 맞추는 다리를 제어할 수 없었다.

선생님은 2년 전, 큰 수술을 받았다. 다 나은 것 같다고 하시며 자신처럼 50년이 넘도록 제자들의 사랑받는 스승은 흔치 않을 것이라 하셨다. 마치고 돌아올 때 사모님께서 친정 어머니처럼 산나물을 한 봉지씩 나누어 주셨다. 한달 후 “선생님, 주신 나물을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라고 감사 전화 드렸더니 택배로 더 보내 주셨다. 초등학생들의 모임은 47만3040시간이 흐른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선생님과 사모님이 계시는 동안 계속될 것이다. 평교사로 은퇴한 선생님이지만 존재 자체로 우리에게는 큰 산과 같으시다. 좋은 스승이 있는 제자는 행복하고 좋은 제자를 둔 스승은 보람을 갖는다.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에 와서 말씀을 전하고 사역보고를 하는 선교사들이 많다. 그들을 통해 은혜를 많이 받는다. 어떤 이는 건물과 시설, 땅을 얼마나 확보했으며 현지의 지명도 있는 유지나 정치 지도자들과 자신이 얼마나 친분이 있는가를 말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것도 좋지만 훈련시킨 제자가 몇 명이나 있느냐고 묻는다. 목회하면서 교회 규모가 크고, 교단적으로나 사회적 대표를 맡아 섬기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목회하면서 제자를 만들어 놓았는가이다. 제자를 세우라는 것은 예수님의 위임령이고 목회자의 사명이다.

목사가 되어 피나게 노력하는 것이 무엇인가? 예수 제자를 만들어야 한다. 당회장이 되어 추천서 도장 몇 번 찍어주고, 내가 키운 제자라는 그런 억지 제자말고 사도행전적 속편을 쓸 수 있는 제자를 만들어야 한다. 교회의 목적은 “만인을 그리스도 예수의 제자로 만드는 것이다.” 인간 관계도 유통기한이 있다. 그러나 참 스승과 제자는 영원한 관계다. 제자를 만든 스승은 존경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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